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2월 2일] 힘이 된'편지 한 장'

두바이의 2월은 낮 최고기온이 20~30도로 1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때다. 하지만 삼성건설이 두바이에서 건설 중인 세계 최고빌딩 버즈두바이 현장은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골조공사의 마지막이자 최종높이가 결정되는 첨탑공사가 극도의 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서보지 못한 높이인 지상 730m에서 무게만 450톤에 달하는 첨탑을 밀어 올리는 공사. 하루하루 높이를 경신하는 현장을 옆에서 바라보면 벅찬 감동이 일기도 하지만 직접 공사를 진행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스트레스 속에서 가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밀려올 때 2년 전 한 대학생이 건네고 간 편지를 생각하곤 한다. 버즈두바이 공사가 시작되고 2년이 지나던 지난 2007년 3월 어느날 한국 사람이 현장 펜스 밖에서 애타게 한국인 직원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현장 펜스 밖에는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한 대학생이 서 있었다. 6개월이 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버즈두바이를 보기위해 무작정 두바이로 날아왔다는 건축학도였다. 그 열정을 꺾을 수 없어 버즈두바이를 같이 오르게 됐고 그는 내내 진심어린 기쁨과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그 대학생이 건넸던 한 장의 편지. 편지에는 ‘모든 게 다양한 두바이에서 한국인으로서 많은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한국으로 떠난다’고 쓰여있었다. 그날의 경험과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편지는 내 자신이 40도가 넘는 무더위와 외로움ㆍ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하는 이유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한국의 경제상황도 쉽지 않다는 사정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된다. 건설업계가 워크아웃과 구조조정 등으로 잔뜩 움츠려 있다니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써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없이 좌절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일어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묵묵히 일하는 우리 자신에게서 또 다른 누군가는 희망을 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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