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국경제 성장이 먼저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1963~1991년 연평균 9.5%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한국경제가 1992년부터 중성장기로 내려앉았다. 중성장기 진입의 가장 큰 원인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1988~1993년 6년간 연평균 임금이 20%씩 상승한데다 무역법 슈퍼 301조를 동원한 미국의 원화절상 압력으로 1986년 달러당 881원이었던 환율이 1989년 671원으로 급락하면서 1990년 한국기업의 해외투자가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해외탈출 러시가 시작된 점이었다.

1992~2011년 20년간 연평균 5.1%의 중성장기를 지난 후 2012년부터는 다시 2%대의 성장을 보이고 잠재성장률도 3% 초반까지 추락해 한국경제의 저성장기 진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률 하락은 고용불안 증대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말 현재 2,600만명의 경제활동인구 중 안정적인 상용근로자는 1,197만명에 불과하고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 종사자가 652만명, 임시직 일용직이 632만명에 달하는 등 고용사정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실증분석 결과 성장률 1% 포인트 상승은 6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 증대를 위해서는 성장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사정의 악화는 다시 소득분배의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고도성장과 더불어 개선돼 오던 소득분배구조가 1992년을 기점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2년 76%였던 중산층 비율도 65%까지 줄어들었다. 실증분석 결과 국민총생산(GDP) 1% 증가는 지니계수 0.3% 하락을 초래해 소득분배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과 분배 간의 인과관계 검증에서도 성장은 분배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 효과가 2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성장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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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성장 원동력인 투자의 급격한 감소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연평균 18%에 달하던 총투자증가율은 1980년대에는 11%로 하락하더니 1990년대에는 4%로 떨어지고 지난 10년간은 1%대로 급락했다. 설비투자증가율의 경우 2012~2013년 2년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한국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 활성화에 주력하기보다는 경제민주화·동반성장·복지라는 이름하에 각종 규제가 양산되고 노동시장 유연화보다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정년연장, 근로시간단축 등 경영·투자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있어 한국경제는 위기의 계곡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경제는 성장을 통한 분배 개선이라는 선순환과 각종 분배 욕구분출로 성장률이 추락하고 그 결과 다시 분배 욕구가 분출하는 악순환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첩경은 빈사상태의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획기적인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훼손된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실증분석 결과 규제 10% 감소는 투자를 4%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임금상승과 높아지고 있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획기적인 규제개혁으로 지식기반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청소년 고용문제도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노동정책은 실업보험 중심의 소극적인 노동시장정책에서 벗어나 실업보험에 구직유인을 강화하고 직업훈련 등 인적자원 투자를 통해 근로자들이 지속적인 기술발전에 적응하면서 취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성장촉진형 노동시장정책을 추진하고 복지정책은 현금지급형보다는 근로촉진형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등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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