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올곧은 금융소비자단체 나와야

"동양 사태를 보면 소비자 보호가 대세인데 참 부담스러워요."

A은행 홍보부는 최근 금융소비자원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21일 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금소원의 밤'이라는 행사가 열리니 참석해달라는 내용이다.


문제는 후원. 초청장 하단에는 문의 및 후원계좌 안내가 돼 있고 '예금주(금융소비자원) 국민은행 XXXXX-XX-XXXXXX'이라고 계좌번호까지 찍혀 있었다. 금소원이 동양 사태와 관련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퇴진운동까지 벌였던 점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게 은행 측의 반응이다.

"지난해에 이어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게 금소원의 입장이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금융사 후원은 소비자들에게는 더 좋지 않다. 금융사의 후원을 받는 소비자단체가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명확하다. 또 다른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의 경우 업계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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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금융계에서는 금융소비자단체들에 대한 원성이 높다. 한 금융소비자단체는 지난해 민원 건을 두고 은행장 면담을 요청하며 만나주지 않으면 이를 외부에 알리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원도 동양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면담을 하겠다고 요청해도 거부하고 금감원장만 고집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는 아직 낯설다. 금융사들이 소비자단체를 좋게 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금소원 등만 해도 대표가 사재를 털어 동양 피해자 구제를 위한 행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주고 싶다.

하지만 절차와 과정도 올곧아야 한다. 금융당국에서조차 "일부 단체는 권력화돼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관련 단체들이 떳떳이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예전 접근방식이나 금융사를 죄인 다루듯 하는 태도는 올바른 길이 아니다. 처음부터 방향이 틀어지면 곤란하다. 금융 관련 단체들이 한 단계 더 성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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