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낮잠 자고 있는 클라우드 발전법


얼마 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질문을 받았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경영혁신 플랫폼 제공 사업을 하는데 이용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며 조언을 구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경영혁신 플랫폼은 '클라우드 서비스'였다. 서비스 제공범위는 회계와 그룹웨어 그리고 기본적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준이다. 이 서비스를 보면서 과거 기업정보화대행 서비스(ASP) 사업을 했고 현재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기업으로서 지난 2000년대 초반 중소기업 정보화지원 사업의 기억이 떠올랐다.

법안 1년째 계류…ICT 패러다임 역행


중소기업에 대한 개별적인 ERP 구축자금 지원이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2000년 중반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형태의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ASP는 클라우드의 전신이다. 정보기술(IT) 자원을 개별적으로 기업들이 구매해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이 장비와 솔루션 구축, 운영을 대행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당시 ASP 사업은 나름 시장의 호응을 얻으며 잘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흐지부지해졌다. 2000년 후반 IT 주관부처가 없어지면서 ASP 사업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지원기관들이 손을 놓게 됐고, 그 결과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던 벤처기업들이 뿌리 한번 제대로 내려보지 못한 채 다른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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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영혁신 플랫폼 사업을 보면 클라우드 붐이 일고 있는 2014년 현재 이 시장의 꿈나무들에게 시장여건은 ASP 때보다도 나아 보인다. 공공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크고 기회도 많다. 더욱이 당시에는 기대조차 할 수 없던 관련산업 육성법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 발전법)'을 2013년 초 국회에 상정했다. IT 중소 벤처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소비자와 서비스 공급자 모두의 이익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하자는 취지가 법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1년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탄탄한 제도적 기반에 품었던 희망은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법도 때를 놓치면 쓸모없어지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클라우드 발전법은 사실 2013년이 최적의 공표시기였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민관이 협력해 범국가적으로 클라우드를 육성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패러다임을 역행한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2012년부터 공공 분야 클라우드 보안인증 프로그램(FedRAMP)을 시행해 공공조달 분야의 클라우드 도입·이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일본도 동일본대지진 이후 데이터 백업, 비즈니스 연속성 강화의 수단으로 클라우드 이용이 촉진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보안을 이유로 공공기관이 원천적으로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는 등 시장창출 동력이 미약해 중소벤처 클라우드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 부문 도입… 지원 기틀 마련해야

따라서 이제라도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도입과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안정성 검증체계를 마련하고 물적·인적 역량이 취약한 중소벤처 클라우드 기업들에 대한 전주기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취지인 클라우드 발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할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산업계의 염원이기도 하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우리 기업들에 좀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주려 한다면 클라우드 발전법이 국회에서 잠자게 둬서는 안 된다. 법도 다 때가 있는 법, 더 이상 때를 놓치고 있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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