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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일촉즉발인 상황에서도 50여명의 병사들이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 '부대에 남아 후배들과 함께 싸워 이기겠다'며 대가 없는 복무 연장을 신청한 젊은 병사들의 용기는 '남한 젊은이들의 해외 탈출이 줄을 잇고 있다'는 북한 매체의 왜곡보도와 정반대 현상으로 사회적 귀감이 되고 있다.
24일 육군에 따르면 북한군이 포격 도발한 서부전선 일반전초(GOP) 부대인 육군 5사단에서 부분대장으로 복무하는 문정훈(24) 병장은 전역(25일)을 하루 앞두고 '남북 대치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제대를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병장은 "도발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전우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고 말했다. 같은 부대 포병연대에서 근무하는 민홍기(23) 상병도 다음달 2일 전역 예정이지만 연기를 신청했다.
중서부전선의 5기갑여단에 근무하는 정동호(22) 병장과 김서휘(23) 병장, 김동희(24) 병장, 이종엽(23) 병장 등도 24일에서 다음달 중순까지 각각 예정된 전역을 연기하기로 했다. 65사단에서 분대장으로 근무하는 서상룡(24) 병장은 전역까지 2주 이상 남았지만 현 상황 탓에 일찌감치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
강원 인제 지역 육군 12사단 방공중대 방공작전 통제관 김진철(27) 중사와 같은 사단 쌍용연대 소속 윤현우(24)·심재영(22)·김대민(23) 병장 역시 무기한 전역 연기를 부대 지휘관에게 건의했고 예하 포병부대 소속 장재호(24)·장재석(23) 병장은 정기휴가 반납에 이어 전역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전역 예정인 화천 지역 육군 제7사단 독수리연대 소속 전문균(22)·주찬준(22) 병장은 전역 전 휴가 대신 부대에 남기로 했다. 양구 지역 육군 21사단 포병부대 소속 정훈 중사는 전역 전 휴가와 오는 28일 예정된 전역을 미루고 북한군의 포격 도발에 대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북도서 최전방인 해병대 흑룡부대에서 근무하던 장우민(23) 병장은 24일 육지행 배를 타기 직전 "'해병은 적지에 전우를 두고 오지 않는다'는 전통을 실천하겠다"며 부대로 돌아왔다.
장병들의 이 같은 전역 연기는 '신세대는 자기중심적'이라는 고정관념은 물론 남북 극한 대치상황 직후 '남한 젊은이들이 입대를 피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는 북한 매체들이 왜곡선전과 정반대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역 연기를 신청한 해병대 장 병장의 아버지 장택중(56)씨는 "처음엔 놀랐지만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은 "위기상황에서 젊은 장병들이 보여준 결의와 책임의식은 가진 자일수록 책무를 피하는 사회적 풍토를 개선해나가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