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한 민사법정에서는 복장과 관련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판사가 외투를 입고 재판을 받으러 온 당사자에게 “어디 건방지게 외투를 걸치고 나와”라며 호통을 치자 그는 황급히 외투를 벗고 재판을 받았다. 문제는 다음 차례인 70대 할아버지. 그가 상의로 내복만 걸친 채 재판을 받으러 나오자 판사는 또 “옷이 그게 뭐냐”고 타박을 했고 할아버지는 “내복 위에 바로 점퍼를 입고 왔는데 외투를 입으면 안된다고 해서…”라며 난처해 했다.
극단적 사례이기는 하지만 변호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이 ‘내복사건’은 법정에서 판사들의 권위적인 태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준다.
19일 서울중앙지법이 개최한 ‘구술심리 강화를 위한 민사재판장 위크숍’에서는 판사들의 재판 태도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위 사례를 소개한 강용현 변호사는 “판사가 법정에서 던지는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관련 당사자들이 얼마나 예민하게 생각하고 그에 따라 나름대로 억측을 하는지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고 나서야 실감했다”며 “재판장은 항상 부드러운 재판을 진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바람직한 법정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가치판단이 담긴 멘트는 자제하고 완충어법 등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똑같은 얘기를 몇 번씩 해야 압니까” “아실 텐데요, 왜 그럽니까”보다는 “아시다시피, 아시겠지만…”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법에 따른 결과…”와 같은 부드러운 표현이 판결에 대한 승복도를 높인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밖에 ‘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이철규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실제 조정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조정기법을 ‘자부할 수 있는 것 과시하기’ ‘인심 쓰고 생색내기’ ‘책임질 수 없는 것 떠넘기기’ 등 재미있는 형식으로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