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모피아 챙기기 도 넘어 일부 젊은 관료 고압적"

[몸집 키우는 금융위… 문제 없나] ■ 시장서 보는 금융위는<br>민간 금융사 요직 독식… 관치 논란 불러 일으켜<br>"시장 보는 눈 좋아졌다" 일부 정책 긍정 평가도

"자기 식구 챙기기에 급급한 것 아닌가요."

시장에서 바라보는 금융위원회의 모습은 어떨까.


금융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금융위의 모습은 여전히 좋지 않다. 금융이 규제산업이고 감독기관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진흥만 하는 부처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업계가 보는 시각은 썩 달갑지 않다.

금융인들이 보는 금융위의 대표적인 모습은 자기 식구, 즉 모피아 챙기기다. 관료 선후배들 사이에 밀어주고 끌어주는 것을 넘어서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민간 금융사의 주요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사실관계와 개개인의 능력 여부를 떠나 금융권의 시각이 이렇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이원태 수협은행장 등 옛 재정경제부 출신들이 금융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모피아가 공기업을 접수한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최근 공기업 인사가 중단됐고 추가 인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고위임원인 H씨는 2년째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후보다. 산업부 산하의 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모피아 때문에 다른 부처 고위공무원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료들은 인사 독식에 대해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관에서 금융 관련 정책을 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금융사 CEO로서도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당국의 직간접적인 지원사격이 없었더라면 인사 결과는 지금과 달라질 수 있었다는 비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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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금융위가 시장을 바라보거나 이해하는 눈은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관치하던 식으로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던 시대를 지나 요즘은 시장과 소통하려고 하고 시장상황에 맞는 정책을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금융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을 보면 시장의 수요에 맞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이해도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며 "합리성 부분에서는 과거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수요를 감안해 분리매각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금융위 조직은 여전히 관료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특히 젊은 관료들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매우 싸늘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과거 관치가 노골적으로 이뤄지던 시대의 향수에 젖어 나이든 CEO들을 부하 직원 다루듯이 하는 젊은 관료들이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한다. 금융계의 한 임원은 "젊은 관료들이 오히려 더 고압적"이라며 "갑을 의식에 빠져 있다 보니 시장 사람들의 얘기를 아예 무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혼선을 빚었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와 금융위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지만 앞서 대통령이 분리해야 한다고 했던 것을 각종 논리를 들어 방어하려고 했다는 점은 문제라는 말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조직 논리로 바꾸려 했던 것 자체가 여전히 관료적임을 보여준다"며 "의사소통에 실수가 있었다고 하지만 대통령과 의견교환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낙하산 인사가 KB에 집중된 것이 큰 문제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에 낙하산이 많을 것으로 봤는데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KB에 논란이 되는 인사가 많았다. 특히 국민은행장의 경우 금융당국 고위관계자의 개입설까지 불거지면서 관치 논란이 더 확산됐다.

금융위가 월권과 '오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된 금융회사의 수수료나 수익 부분만 하더라도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금감원이 총대를 멨기는 했지만 금융위도 책임에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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