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작전… 자구 제대로 이행안돼/포기각서 제출안한 기업주만 이득부도유예협약 적용기업 1호인 진로그룹의 진로가 확정됐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채권금융기관들이 진로그룹의 버티기 작전에 질질 끌려다니며 진로그룹의 의도대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부도유예협약이 자칫 부실기업주의 아무런 희생없이 부실기업만 되살리는 피난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진로그룹의 처리결과는 두가지 방향이다.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은 대출금의 원금상환을 연장하면서 지속적인 자구노력을 행하도록 하는 한편 자체 정상화가 어려운 기업은 과감하게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채권금융기관들은 25일 진로그룹 6개 계열사중 (주)진로 등 4개사에 대해서는 자구노력과 금융지원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고 진로유통과 진로인더스트리즈 등 2개사는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신용평기기관의 기업평가보고서와 ▲진로그룹의 자구노력 이행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되던 지난 3개월간 진로그룹 6개사에 대해서는 모든 금융기관들의 채권행사가 유예되고 어음결제를 하지 못하더라도 당좌거래가 허용돼 부분적인 은행거래 및 자금결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25일 부도유예협약 적용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앞으로 은행과 종금 등 협약대상 금융기관의 대출원금만 상환이 유예될 뿐 해당 대출금의 이자는 지불해야 하고 협약 적용대상이 아닌 금융기관의 채권회수용 어음이나 진성어음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부도처리와 함께 당좌거래가 정지된다.
그러나 진로그룹은 지난 4월 1차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에서 약속했던 부동산 매각 등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계열사의 경우 자구노력차원에서 제출키로 했던 경영권포기각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금융기관들이 상환을 유예해 준 대출금은 ▲(주)진로가 1조2백38억원 ▲진로건설 1천9백16억원 ▲진로종합식품 2천53억원 ▲진로쿠어스맥주 2천9백2억원 등 총 1조7천1백9억원에 달한다.
진로그룹이 자구노력도 제대로 하지않고 경영권도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는데도 기업부실의 책임을 은행과 종금이 기간을 연장하며 떠안는 결과가 된 셈이다.
부도유예협약이 부실기업의 연쇄적인 도산위험을 분산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자구노력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부도유예협약이 은행과 종금 등 협약대상 금융기관의 부실만 키운 채 부실기업주만 되살리는 악순환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부도유예협약 적용중인 대농과 기아그룹의 처리방향에 이번 진로그룹의 처리결과가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