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54)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황금폰’으로 불리는 명 씨의 휴대폰, 이동식 저장장치(USB)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 의혹과 관련한 통화 녹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녹취록에서 윤 대통령은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김영선 공천을 직접 얘기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명 씨에게 “당선인이 전화했다. 걱정 말라”고 말한 통화 녹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명 씨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한 녹취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의 휴대폰 3대와 USB 1개에 대한 포렌식을 통해 윤 대통령, 김 여사와 통화한 녹취록을 확보했다. 해당 통화 2건은 대통령 취임식 전날이자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오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명 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라고 처음부터 세게 말했지만 당내 반대가 강하다는 취지로 말한 뒤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이뤄진 명 씨와 김 여사 사이의 통화 녹취도 확보했다. 김 여사는 해당 녹취에서 “당선인이 (김영선 공천 관련) 지금 전화했다. 잘 될 거다”라는 취지로 명 씨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녹취 일부를 공개하자 지난달 “누구를 공천을 줘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며 “당시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저는 당의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도 지난 10월 국회에서 “기본적으로 공관위에서 (공천 자료를) 가져왔다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메시지도 다수 확보했다. 검찰은 이 시기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도움될 만한 정치인을 주선하거나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해설한 내용 및 대책 등을 전달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힘 당내경선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비공표 조사여서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이 응답자들 나중에) 홍준표한테 가는 거 아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명 씨는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정치자금법 혐의를 부인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재판장)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명 씨와 김 전 의원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명 씨 측은 “(김 전 의원과 주고받은 돈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급여와 선거비 대납 명목”이라고 주장했다. 명 씨는 이날 자신의 직업을 묻는 재판부에 “프리랜서·마케터”라고 답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 이후에는 명 씨의 보석 청구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명 씨 측은 5일 명 씨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