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본형 부동산 거품 붕괴 오나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수도권 일원에서 일고 있는 부동산 투기열풍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에도 일본식 거품경제가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냈다. 일본 경제는 지난 10년 여 동안 거품이 빠지면서 장기침체를 겪고 있다. 현재 일본 증시의 주가나 땅값은 거품이 최고조이던 89년에 비해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금 서울 강남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파트 투기열기를 감안할 때 일본식 거품붕괴가 무슨 헛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외환위기도 터지고서야 알았듯이, 생성기에 모두 도취해 있는 사이에 예고 없이 터지는 것이 거품의 속성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일본 버블경제의 교훈`이라는 보고서는 최근 한국경제 상황이 일본의 버블 팽창기와 여러 가지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부동산이 수도권의 핵심부에서 시작해 확산되는 추세, 둘째는 초저금리 체제, 과잉 시중유동성, 가계대출의 확대현상, 셋째는 정부의 대응 등 제반 경제여건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 하는 모습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확대와 금리인하를 선택했으나 경기부양 효과는 적고, 부동산 투기만 가열되고 있다. 추경편성과, 재정의 조기집행을 축으로 한 재정확대도 부양효과가 비교적 빠른 건설관련 사회간접자본투자에 집중돼 부동산투기를 자극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겪으면서 부동산 거품의 폐해를 일부 체험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고, 부동산 가격이 당시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면서 부동산 거품의 교훈을 쉽게 잊어버린 상태다. IMF체제의 극복은 160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의 투입에 힘입은 바 큰데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들여 쉽게 IMF를 극복한 탓에 땅값은 언제든 오르게 마련이라는 안일한 기대감을 심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엔 왕도가 없다. 거품의 원인이 과도한 신용팽창에 있는 만큼 이를 억제해야 하고,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을 줄여야 한다. 보고서가 부동산 담보대출이 많은 금융기관의 대출정보를 시장에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나, 경기부양이 가시화 하는 시점에서 금리인상을 제안한 것은 바른 처방이라고 본다. 인플레 압력을 해소하고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중의 부동자금을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로 돌리는 방안과 함께 투기와 불법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도 필요하다. 우리의 경제가 일본경제와 다른 점은 장기불황을 견딜 만큼 체질이 강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거품이 붕괴되면 제2의 IMF사태가 될 수도 있는 만큼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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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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