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그림과 나


헬렌 알링햄이라는 영국의 여류 화가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시골 풍경을 잘 표현한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그림은 아주 오래된 초가집과 시골 아이들을 주제로 사라져가는 영국 시골의 아름다움, 따스함, 천진난만함을 잘 묘사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돌보며 빨래를 너는 엄마의 모습(빨랫줄), 갓 태어난 동생을 데리고 밖으로 나온 큰 딸을 쳐다보는 엄마(초가집 앞길의 아이들), 아주 오래된 초가집 앞에서 정담을 나누는 시골 여인네들(해바라기 핀 오두막집) 등 마음이 지칠 때 그녀의 오래된 그림을 보면 어릴 적 찾아가던 외할머니 동네의 풍경과 겹치며 유년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유명한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그림 중 아르장퇴유의 다리나 생라자르역은 산업화 시대의 새로운 교통수단이 주는 편리함과 활기참을 보여준다. 부르주아 신흥 세력이 대두하고 그들이 주말에 철도로 근교 소풍을 갈 수 있는 여유가 그림 속에 묻어나고 있다. 그림이 주는 느낌은 힘차고 미래지향적이어서 알링햄의 그림과는 크게 대별된다. 같은 인상파인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 중 비 오는 파리 시내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은 도로포장이 이뤄져 비가 내려도 말끔한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새 시대의 편리함을 보여준다. 프랑스 출신의 다른 여러 화가들(장 베로, 카미유 피사로 등)의 그림도 오스만 남작이 정비한 웅대한 파리 시가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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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림은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것에 빗대어 마음의 정서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한 시대를 보여주는 표상이 되기도 한다. 제임스 티소의 그림 속 여성 드레스가 그 시대 여성들의 패션을 잘 보여줘 그림의 가치를 넘어 복식 연구가들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새 정부를 기억하게 될까. 새 정부 5년이 지난 후 필자는 그림 한 점을 그리고 싶다. 삶의 무게로 힘겨웠던 분들이 어깨 펴고 환하게 웃는 모습, 자녀들과 함께 한가로이 공원을 걷는 단란한 가족, 노년을 여유 있게 보내는 어르신의 모습 중 그 어떤 것일지 미리 알 수 없지만 박근혜 정부하면 딱 떠오르는 행복한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정말 국민께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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