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은 바란다/준조세 연10조 “경쟁력 발목”(경제를 살리자)

◎자동차세·특소세·주세체계도 대폭 손질해야대기업인 A사 청주사업장의 박모공장장(52)은 체육대회행사가 이어지는 봄과 가을에는 일부러 자리를 비운다. 각 공공기관에서 『좀 도와달라』는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화살을 피하지는 못한다. 도와달라는 청을 거절하면 금방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세금은 세금대로, 각종 부담금은 부담금대로 내고 거기에 찬조금까지 내다보니 항상 자금사정이 빠듯한 게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부처행사에 장관이 직접 전화하는 경우도 많다. 협찬금이 이 정도니 조세성격의 준조세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기업에 부과되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28종이다. 그러나 성격이 애매한 각종 준조세를 모두 합할 경우 40여종 10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이 부담하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은 모두 51종이고 금액도 국민총생산(GNP)의 2.7%에 해당하는 9조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은 비단 준조세만이 아니다. 특히 구시대적인 조세체계는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기업들은 특별소비세 등 간접세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세제를 직접세 위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세금만 잘 걷히면 된다」는 행정편의주의에 빠져 기업들의 한숨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특소세율은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꺾어 결과적으로 기업경영을 어렵게 한다. 특소세는 사치성 소비재를 대상으로 지난 77년 도입된 제도다. 당시만 해도 컬러TV·냉장고 등은 부유층이나 구경할 수 있는 고급품이었기 때문에 특소세를 매길 만했다. 그러나 이제 이들 제품은 보급률이 거의 1백%에 이르고 있는 생활필수품이므로 이를 사치성 소비재로 간주하는 것은 세수극대화만을 노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란 비난이다. 자동차 세금은 특소세·취득세·교육세·농어촌특별세·면허세·취득세·자동차세 등 무려 12가지나 된다. 6종의 세금만 내는 일본이나 독일(4종), 미국(3종) 등에 비해 종류는 물론 세액에서도 평균 두세배 이상 많은 것이다. 세율 또한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맥주의 주세는 1백30%인데 비해 훨씬 비싼 위스키는 1백%로 오히려 낮다. 정부도 이런 세율체계가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물론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세목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기 때문에 섣불리 손대지 못하고 있다. 못 대는 것이 아니라 안 대고 있는 것이다. 재경원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주세수입은 2조원(맥주 1조4천억원, 소주 2천2백억원, 위스키 2천6백억원 등)에 이르고 특소세는 3조1천억원(가전제품 1조원, 자동차 1조2천억원, 석유류 4천억원 등)이었다.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부과되는 교통세도 4조8천억원이었다. 부가세를 제외한 이들 주요 간접세만도 모두 합쳐 10조원에 이른다. 간접세에만 의존하다보니 직접세의 비율이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같은 모순투성이 세제가 지속되는 한 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지적이다.<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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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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