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창조경제 어떻게 볼 것인가-긴급좌담] 임기 내 단기성과보다는 기반 다지는데 주력해야

최종 목표는 경쟁력 높이기 대기업 등 정책과 상충 안돼<br>기술거래·M&A 시장 키워 대·중기 공생공간 만들어줘야<br>'창조경제 핵심' 미래부 융복합 과제 조정역 충실을<br>대통령 주재 전략회의 만들고 갈등관리 해결할 담당관 둬라

18일 서울 서대문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열린 ‘창조경제,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효은(왼쪽부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기획단장,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 곽재원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권홍우 서울경제신문 논설실장. /김동호기자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

곽재원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이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기획단장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어젠다 가운데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창조경제에 대해 "과학기술과 산업,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창조경제의 중심에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 산업이 있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를 통해 경제부흥과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포부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장관 내정자의 중도사퇴와 정부조직개편안의 통과가 늦어지면서 밑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창조경제를 두고 "벌써 싫증이 난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18일 서울경제신문 신사옥에서 곽재원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 이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기획단장,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등 창조경제에 대해 정통한 전문가들과 '창조경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주제의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해 제대로 된 로드맵만 설정한다면 창조경제는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면서 "이르면 6월부터라도 바로 액션플랜을 내놓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정부의 임기 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 버려야…다음 정부가 중립적으로 받아서 가는 게 바람직"

▲권홍우 논설실장(사회)=융합 등이 필수인데 창조경제가 이 정부 안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재원 마련은 물론 사회 변화까지 이어지는 정책 패러다임 변화인 만큼 사회적 합의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

▲곽 교수=기초연구라고 해도 목적기초가 강조돼야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출연연구기관들이 목적기초를 가장 잘할 수 있지 않겠나. 결과는 조금 더 봐야겠지만 방향은 확실히 섰다. 대기업에 주는 연구개발(R&D) 지원을 없애고 중소기업으로 돌리겠다는 것도 결과를 겨냥한 것이다.

▲장 소장=현 정부의 임기 내에 뭔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장기로 가야 할 것은 장기 과제로 가야 한다. 기초 부문은 좀 더 긴 호흡으로 가고 이를 다음 정부가 중립적으로 받아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융합은 기술과 기술의 융합이 있고 인문예술은 상상력 융합이 있는데 이건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융합 내용에 따라 목록화를 잘해서 일에 맞게 끌고 가는 것이 좋다. 창조경제에 대한 설득ㆍ홍보 등을 많이 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이 단장=공감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추구해서는 혼란만 일으킬 수 있다. 로드맵 설정을 잘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정책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 정부에서 모든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보다 창조경제의 기반을 굳건하게 갖추겠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최종 결과물까지 내보겠다는 과도한 의욕은 굉장히 위험하다. 다음 정부까지 이 정책이 상당 부분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돈을 쓸 곳이 너무 많다. 민간 매칭 투자를 활성화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투자가 민간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해외 투자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 본부장=창조경제가 중장기 전략과제이지만 단기 성과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을 70%까지 올리겠다고 한 것은 정책목표이자 비전이다. 창조경제의 전략이 단기적 성과도 낼 수 있어야 한다. 창조경제에서 제시한 것들이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것을 단기적 성과로 보여줘야 중장기 과제도 이어갈 수 있다. 5년 안에 일자리 창출 성과가 없다면 창조경제도 십중팔구 다음 정부에서 이어가기 힘들다.

"창조경제의 궁극 목표는 우리기업이 속한 산업과 경쟁력 높이는 것…대기업 등 정책과 상충 안돼"

▲사회=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점은 중소기업에 찍혀 있다. 대기업의 참여도 중요할 텐데 어떤 방법이 있나.

▲유 본부장=박근혜 정부는 중소기업에만 초점을 맞춰 창조경제를 설계하지 않았다. 대기업과 창조경제의 방향은 상충되지 않는다. 창조경제의 궁극 목표는 우리 기업이 속한 산업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은 대기업ㆍ중소기업 관계없이 공통의 목표다.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창조경제는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하나의 경영전략이자 목표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립적 관계로 보고 중소기업 우선정책을 쓰면서 대기업의 활동영역과 창의성을 제약하는 거다. 그런 정책 수단이나 정책 철학을 갖고 하는 것은 창조경제 방향과 맞지 않다.

▲장 소장=민감한 이슈다. 중소기업을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삼겠다는 말이 나와 있다. 이는 중소기업의 수준을 끌어올려 대기업과 쌍두마차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하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ㆍ중소기업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정서적 걸림돌부터 해소해야 한다.

▲곽 교수=창조경제를 담당할 미래창조과학부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ICT)이다. ICT정책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은 김대중 정부 때도 엄청나게 팔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기업 중심의 박정희 경제모델에 대한 반대모델로 IT를 키웠다. 그렇다 보니 대기업과 유리된 상태에서 정책이 나왔고 정부의 많은 돈이 투입되면서 정치가 개입됐다. IT강국으로 가는 초석을 다졌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가 미흡했다.

▲이 단장=기업 환경이 변하고 있다. 대기업 대 대기업이 아니고 생태계 대 생태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우리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핵심산업의 생태계는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명백하다. 객관적 관점에서 봐도 창조경제를 통해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결국 대기업도 이로부터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좋은 벤처들이 많이 창업되고 중소 중견기업으로 커나가고 대기업에 인수합병(M&A) 돼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가는 자양분 역할을 하지 않겠나.


▲유 본부장=옳은 말이다. 창조경제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보완적 역할을 하면서 경쟁력 강화하는 데 궁극적 목표가 있다. 기술거래시장, 자본시장, M&A시장 등을 키워 대기업이 창조경제의 틀 안에서 중소기업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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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상충 해결 위해 갈등관리담당관 두고, 창조경제전략회의 필요. 창조경제산업 제정해야"

▲사회=창조경제를 미래부가 주도해나가겠지만 정부 각 부처마다 각각 산업을 갖고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곽 교수=창조경제에 대한 대통령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 그런데 미래부가 슈퍼파워(Super Power)를 가지면 공공의 적이 된다. 슈퍼컨설턴트(Super Consultant)가 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기 업무는 해야겠지만 앞으로 늘어날 융ㆍ복합 과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부의 에너지 문제, 보건복지부의 의료 문제, 산업통상부의 기술인프라 사업 등 부처 간 슈퍼컨설턴트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

▲장 소장=조정을 평가하는 메커니즘이 정립됐으면 좋겠다. 부처 간 사무관급에서 대화하다가 자기 부서와 입장이 맞지 않으면 조정이 안 되고 상급자에게 넘어간다. 대통령이 아예 장관이나 부처 평가 때 하부 단계에서 해결되면 인센티브를 주고 위로 올라오면 올수록 감점을 주는 것을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총리실이 두 부처가 연결되는 이슈를 계속 감시하면서 어느 단계에서 조정이 됐는지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을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

▲이 단장=이제는 융합의 시대다. 주연ㆍ조연 이야기가 있었는데 갈등이라는 게 상수가 됐다. 갈등을 부가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끊임없이 분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갈등 관리를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융합을 이뤄내는 것뿐 아니라 그 자체를 중요한 본원적 활동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갈등 관리 담당관을 둘 정도로 갈등관리를 전면에 올릴 필요가 있다.

▲유 본부장=새 정부가 다른 정부에 비해 유리한 점이 하나 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때부터 IMF 외환위기 상황이라 지식경제라는 개념을 잡는 데 오래 걸렸다. 참여정부의 혁신도 마찬가지였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도 정권 출범 후 1년이 지난 다음에 추진한 거다. 그런데 창조경제는 대통령 후보 때부터 생각한 개념이다. 정부 내에서조차도 창조경제가 뭐냐는 이야기 나오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제는 전략을 어떻게 추진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액션플랜이 나와야 한다. 6월부터는 실행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곽 교수=동감한다. 크게 두 가지를 당장 해야 한다. 대통령 주재 창조경제전략회의를 만들어라.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무역확대, 과학기술 진흥 등 지금은 그런 시기다. 다른 하나는 미래부가 과학기술 기본계획 짜고 이와 연동해 가칭 '창조경제산업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부서가 모이고 함께 도울 수 있다. 두 가지 축을 갖고 하면서 그 안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상충 안돼"

▲사회=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두 개념이 상충되지 않을까.

▲곽 교수=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격차 해소와 복지확대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대기업을 때리는 식의 접근하는 논의는 이제 수그러든 것 같다.

▲유 본부장=창조경제 전략 중 다섯 번째가 경제민주화다. 전략체계상 상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두 분 말씀처럼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면 된다. 경제민주화를 징벌적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장 소장=경제민주화 논의 때문에 사장된 개념이 있는데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다. 이는 결국 신뢰 문제다. 경제 각 주체가 서로 속이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창조경제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시쳇말로 천민자본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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