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디자인산업, 지평을 넓혀라

[기고] 디자인산업, 지평을 넓혀라 오영호 “Design or Resign(디자인 하지 않으려면 그만둬라).” 영국의 대처 수상이 지난 1980년대 경기침체와 실업이 만성화된 영국에서 디자인이라는 창조산업으로 불황을 타개해야 한다며 각료회의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역설했던 유명한 구절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언급하는 것이 진부할 정도로 우리는 감성의 시대, 디자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자 안목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가격이나 품질에서 디자인으로 바뀌는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디자인에 기술을 맞춰라”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세계적 기업들도 디자인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한다. 우리 디자인산업은 단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10년 전 1조원에 불과하던 디자인시장 규모가 7조원으로 껑충 뛰었고 360여개 대학에서 매년 2만6,000여명의 디자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코리아디자인센터와 지역 디자인센터 등 어느 나라에 견줘도 손색없는 디자인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운 것은 휴대폰ㆍ자동차 등 일부 제품의 디자인은 이미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피터 슈라이어와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우리 기업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 디자인산업의 잠재력은 더욱 돋보인다. 소니와 GM 등 세계적 기업들의 디자인센터마다 많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활약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적잖은 기업들도 런던ㆍ밀라노 등 디자인계의 세계적 거점도시에 진출해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레드닷(Red Dot)’ ‘IF’ ‘IDEA’ 등 세계적 명성의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한국 디자이너들도 매년 늘고 있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디자인산업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디자인산업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대기업과 디자인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많은 디자인기업들의 경쟁력은 세계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디자인시장에서 요구되는 ‘토털 디자인(total design)’ 능력에서도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디자인 트렌드ㆍ컬러ㆍ재 등 디자인에 필요한 기반기술도 선진국과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대학의 디자인 교육도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대학 교육이 업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일부 디자인기업들은 자체 인력 양성프로그램을 마련, 스스로 인력을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중국의 디자인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다. 중국은 ‘베이징디자인센터(BIDC)’를 설립, ‘레드스타’상 제정과 주요 도시별 디자인클러스터 조성 등 디자인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2,000여개 디자인 관련 업체가 몰려 있는 상하이의 디자인클러스터는 수년 내에 뉴욕ㆍ런던ㆍ도쿄 등 세계적 디자인도시를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경 없는 경쟁과 협력이 요구되는 글로벌 시대, 이제 디자인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 디자인업계도 좁은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우수한 디자이너와 풍부한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디자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인 것이다. 정부도 내년에 처음으로 ‘100% 디자인전(영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대표적 디자인전시회)’ 등의 세계 유명 디자인전시회에 한국관 참가를 추진하는 등 우리 디자인산업의 글로벌화ㆍ수출산업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필요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우수 디자이너와 디자인기업을 양성하고 가격보다 품질이 우선되는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달 29일부터 서울 COEX에서 개최되는 ‘디자인코리아 2007’ 전시회는 외국 디자인기업과 바이어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수출 상담 등 비즈니스 중심의 디자인전시회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가 우리 디자인산업이 세계로 진출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모두의 분발을 기대한다. 입력시간 : 2007/11/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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