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OPEC를 탓할까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에 육박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고초를 겪은 국민들로서는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유가의 고공행진이 곧바로 인플레이션으로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혹자는 이에 대해 경제 규모가 70년대와 달리 훨씬 커졌고 경제 구조가 정보통신 등 비석유 소비형으로 바뀌었으며 유가 상승율보다는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시의 국제유가 34달러에서 현재 유가는 3배 정도 뛰었지만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10배가량 커졌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핫 이슈가 될 때마다 으레 석유수출 국가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국제사회에서 질시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원유 매장량이 많은 데도 증산을 하지 않아 유가 상승을 방치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 OPEC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전체 8,500만배럴 중 3,100만배럴로 전세계 생산량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미국과 러시아ㆍ중국ㆍ영국 등 강대국들이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중동국가들의 채굴 가능량 대비 원유 생산 비율은 90%에 달해 설비확장이 없는 한 더 이상의 생산 여력은 여의치 못한 상태다. 공급 부족이 문제라면 추가 생산 여력은 오히려 강대국들에 더 있다고 봐야 한다. 중동 지역이 전세계 매장량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도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탐사를 통해 한쪽에서만 확인된 숫자일 뿐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선진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전세계 원유 소비량의 61.9%를 차지한다. 미국이 값싼 석유를 펑펑 쓰면서도 유사시에 대비해 석유를 계속 비축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빠른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들도 무차별적인 석유 소비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이다. 이쯤 되면 늘상 고유가의 주범으로 내몰리는 OPEC의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상투적인 비판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세기형 화석연료인 석유에 아직도 인류가 목을 매고 있다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2차 오일쇼크 때 붐을 이뤘던 태양열ㆍ풍력ㆍ지열 등 대체에너지 개발 노력은 다 어디로 갔는가. 석유의 물리적인 한계만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전지구적인 힘겨루기가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한 21세기 지구인들이 취할 행동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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