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확실하게 대응하되 확전은 피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군은 포격을 받은 직후, 해당 사단장이 군단장의 지휘 아래 경위 파악에 나섰다. 탐지 장비와 병사들의 증언으로 적의 도발이 확실하다고 판단된 시간이 오후 5시 무렵. 1차 피격으로부터 1시간 7분, 2차 피격으로부터는 48분 뒤다. 이후 5시 4분부터 약 2분간 우리 군의 자주포는 불을 뿜었다.
눈에 띄는 것은 타격 지점. 평사포 사격은 도발 원점을 찾지 못했으나 1차 피격을 안겨준 고사총의 도발 원점은 대포병 레이더로 파악한 상태였다. 마음 먹었다면 얼마든지 고사총 진지에 대한 대응 사격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군은 다른 지역을 골랐다. ‘북한군의 눈에 잘 보이는 지점’, 즉 북한이 느끼기에 ‘남측이 우리에게 포격을 가하는구나’라고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는 지역에 대고 쐈다는 얘기다.
북이 발사한 포탄보다 훨씬 강력하고 숫자도 많은 포탄을 발사해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보이면서도 확전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안전장치는 풀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상으로는 경고 사격이었던 대응 사격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