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근혜·노무현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그들

명함에 관련 직책·친분 과시… 사진 합성까지<br>"제 능력으로 선거 치르기 부족 드러내" 반응도


#서울에 사는 이모(28)씨는 최근 고향인 울산을 방문했다가 놀랄 만한 광경을 봤다. 4ㆍ11 총선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의 사무실 건물 외벽마다 전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찍은 사진이 큰 현수막으로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중에서는 마치 박 위원장과 함께 찍은 것인 양 합성한 사진도 있었다. 길을 걷다가 건네받았던 명함에도 전부 박 위원장과 관련된 직책이 주요 경력란에 포함돼 있었다. 이씨는 "처음에는 '박 위원장과 친한가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너도나도 내세우는 것을 보니 진짜 그런 경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금배지를 달기 위한 예비후보들의 '박근혜ㆍ노무현 마케팅'이 과열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여당 쪽 예비후보들은 박 위원장과의 인연을, 야당 쪽 예비후보들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식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후보 고유의 색깔과 정책은 정작 뒤로 밀리고 있다.

최근 공천 신청을 마감한 새누리당의 신청 명단을 보면 전체 972명 중 100여명이 박 위원장과 연관된 경력을 기재했다. 지난 17대 대선 때 박 위원장의 캠프에서 맡았던 역할에서부터 박 위원장이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가지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맡았던 직책까지 내세우는 등 종류도 다양하다.


민주통합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무현재단이나 노무현 대선 캠프 직책 등이 주요 경력으로 등장하는 한편 공천 신청자 면접 때는 '노무현 정신'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명함 배경색깔을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색인 노란색으로 지정해 '노무현 정신 계승'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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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비후보들의 '박근혜ㆍ노무현 마케팅'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과는 달리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서울에 사는 주부 이모(55)씨는 "박 위원장을 자꾸 얘기하는 것은 그만큼 자기 능력으로 선거 치르기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경기도 안산에 출마한 최순애 새누리당 부대변인도 "한 아파트 경비가 '노무현 마케팅'에 짜증을 냈다"고 전했다. 마케팅 과열 양상에 대해 정치권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에 출사표를 던진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부산ㆍ경남 지역의 야당 예비후보들은 노풍에 기대면서 지역 정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같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경력은 전부 쏙 빠지고 다들 박 위원장만 내세우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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