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은 물론 연초부터 식품·음료 및 외식, 화장품 등의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변수를 이유로 꼽으면서 연말연시 어수선한 틈을 타 마치 '연례행사'처럼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월별 상승률이 0%대로 떨어지고 연간 상승률이 2년 연속 1%에 머물러 있다며 저물가 사이렌을 울리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체감물가와는 괴리가 있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코카콜라음료는 새해부터 일부 음료의 제품 출고가를 평균 5.9% 인상한다. 제품별 인상률은 코카콜라(1.5ℓ 페트병) 4.1%, 환타(1.5ℓ 페트병) 6.3%, 파워에이드(240㎖ 캔) 2.2%, 제주V워터 (2.0ℓ 페트병) 4.1% 등이다. 회사 측은 "물류 등 판매관리비가 상승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이후 3년 연속 매출이 증가한 코카콜라의 인상안은 경기불황으로 팍팍해진 소비자 지갑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적절한 인상안이라는 평이 많다.
CJ제일제당도 냉동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냉동제품의 소비자가격을 평균 6.5% 올렸다. 돈가스 등 육가공품은 7.1%, 만두류는 5.9% 인상된다. 품목별로는 순돼지등심돈까스(400g×2개)가 6,980원에서 7,480원으로 7.2% 오르고 백설군만두(1.02㎏)가 7,480원에서 7,880원으로 5.3% 뛰었다. CJ제일제당은 원료로 사용하는 돼지고기 뒷다리 살 가격이 올 들어 크게 올라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돼지고기 뒷다리 살 시세는 ㎏당 4,909원으로 지난해보다 66.4%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가 인상률을 고려하면 제품가격을 19%가량 올려야 하지만 소비자 부담을 감안해 인상률을 7%대 이하로 정했다"고 말했다.
외식업체에도 '가격 인상'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버거킹은 지난해 12월20일부터 대표 메뉴인 와퍼를 비롯한 햄버거 메뉴 가격을 200~400원 올려 판매하고 있다. 와퍼는 5,000원에서 5,400원으로 8.0%, 와퍼주니어는 3,600원에서 3,900원으로 8.3% 올랐다. 버거킹은 올 들어 햄버거 패티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산 소고기 가격이 크게 올라 햄버거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대표 서민 식품인 라면 가격 동향도 심상치 않다. LIG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11일 보고서를 통해 "라면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현재 소맥의 가격 상승세가 다른 어떠한 곡물보다 가파르고 원화 약세 또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농심 등 관련 업체는 "가격 인상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하지만 2012년 8월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뒤 후속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시기를 조심스레 저울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식품뿐 아니라 수입화장품 면세점 가격도 일부 올랐다. 에스티로더그룹은 1일부터 그룹의 주요 브랜드 면세점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인상률은 2~5% 수준이다. 크리니크 모이스춰써지익스텐디드썰스트릴리프는 55달러(6만1,000원)에서 63달러(7만원)로, 바비브라운 아이섀도는 28달러(3만1,000원)에서 29달러(3만 2,000원)로 올랐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연말연시마다 인건비·원재료 상승 등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하게 됐다는 게 마치 룰(공식)이 됐다"며 "매년 반복되는 이유보다 기업은 더욱 명확한 인상 이유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각 기업의 가격 조정에 세부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해당 품목의 가격을 올리는 합당한 이유가 뭔지 근거 자료 요청 등을 통해 사전 검토가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