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를 포기하고 금융 서비스로 특화전략을 펴온 영국경제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영국은 앞으로 아일랜드ㆍ그리스ㆍ포르투갈ㆍ스페인에 이어 서유럽에서 다섯번째로 국가신용등급 자체가 하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1일 성명을 통해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국가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영국의 재정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재무당국이 차입을 줄여 국가부채 급증을 막고 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영국 국채인 길트 10년물 가격이 급락하며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9bp 증가한 24bp로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이 강등된 것은 영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영국경제가 극도의 정부 재정악화에다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보여 회복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올해 정부 재정적자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2.4% 수준인 1750억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S&P는 이날 발표에서 영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했지만 영국 정부가 재정악화를 막기 위해 증세ㆍ긴축재정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국가 순채무가 GDP에 맞먹는 수준까지 불어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주택자산 버블 붕괴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후 경제성장의 젖줄이었던 금융 부문이 와해되고 자산가치가 급감하면서 경제가 급속히 추락해왔다.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은행 부문 손실과 파운드화 폭락으로 한해 GDP와 맞먹는 2조파운드(2조8,000억달러)의 재산가치가 증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ㆍ4분기 성장률이 1979년 이후 최처치인 -1.9%를 기록한 데 이어 영국 정부도 올해 전체로 -3.5%의 뒷걸음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 탈출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이에 따라 국가재정 이 파탄 날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산산조각난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금융 시스템에 400억파운드를 넣고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1,500억파운드의 자금으로 국채ㆍ회사채 등을 매입할 계획이다. 또 오는 2010년까지 경기부양 재원조달을 위해 사상 최대인 2,200억파운드의 국채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현상태가 계속될 경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영국은 적자재정을 확대할 수밖에 없어 갈수록 헤어나기 힘든 국면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