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정규직 법안 더 이상 지연 안된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민주노총의 행보를 보면 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랜 기간 투쟁을 해왔으면 이제는 싸움에서 노련해질 법도 하다. 그러나 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실만 알 뿐 싸움의 기술은 모르는 것 같다. 여건과 상황이 크게 변했는데도 투쟁의 방법은 총파업 등 강경일변도다. 어떤 싸움이든 지원세력이나 우군이 있어야 유리하다. 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민노총은 이런 평범한 사실조차 외면한 채 고립의 길을 걷고있으니 답답한 것이다. 민노총은 비정규직법안의 국회처리를 반대하며 오늘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 투쟁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파업의 동력이 세지 않은 까닭이다. 우선 파업결의 투표율이 겨우 50%를 넘었고 찬성률도 60%에 그치는 등 조합원들의 호응이 시원찮다. 거기다 핵심 노조인 현대차ㆍ기아차가 파업대열에 참여하지 않는다. 또 한국노총도 민노총의 전략을 외면했다. 대신 한국노총은 수정안을 마련해 협상과 교섭을 통한 합의처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여론 또한 냉담하다. 내부비리 등으로 인한 수세국면을 호도하기 위한 파업 아니냐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도부만의 싸움을 하는 셈이니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은 협상을 통한 처리전략으로 돌아선 데 대해 ‘입법이 지연되면서 비정규직의 불이익이 점점 심화되고 있어 명분과 원칙만 앞세울 수 없다’고 밝혔다. 백번 옳은 소리고 책임 있는 자세다. 민노총은 비정규직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무리한 요구로 법안마련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국회는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간의 경과로 볼 때 그것이 옳다고 본다. 노사는 그동안 임시국회를 통해 10여차례 협의를 한데 이어 정기국회에서도 협상을 해온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친 셈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노사간 합의처리다. 민노총은 파업투쟁을 접고 협상을 통한 해결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비정규직을 위하는 것이고 민노총이 고립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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