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일. 이세돌은 TV아시아선수권전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한다. 1월에 삼성화재배, 2월에 LG배를 움켜쥔 그로서는 무실점의 대장정이었다. TV아시아선수권전은 우승상금 2백50만엔의 미니 기전으로 제한시간 없이 1분초읽기 10회가 주어지는 속기전이다. 결승국의 상대는 입단 동기생인 조한승9단. 도쿄에서 열린 결승국에서 이세돌이 딱 반집을 이겼다. 이세돌은 TV아시아 우승상금을 스촨성 지진이재민을 위한 구호성금으로 헌납했다. 조한승도 준우승상금(50만엔)을 성금으로 냈다. 그로부터 6일 후에 베이징에서 후지쯔배 8강전이 열렸다. 상대는 구리9단이었다. 구리9단은 중국랭킹 1위. 이세돌은 한국랭킹 1위.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였다. 2004년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2대1로 이세돌이 패한 기록이 있고 2005년 LG배 준결승에서도 역시 이세돌이 패한 기록이 있다. 이세돌로서는 구리야말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돌을 가린 결과 이세돌의 백번이 결정되었다. 일찌감치 백6으로 헤딩해간 수순에서 이세돌의 투지가 엿보인다. 보통은 참고도1의 백1로 갈라치는 것이지만 흑이 2에서 12까지로 먼저 위압하는 것이 싫어서였을 것(사이버오로 생중계 해설을 담당한 옥득진5단의 말)이라는 논평이 있었다. 구리가 흑9로 가만히 이은 것은 백의 다음 벌림을 거북하게 만들겠다는 작전이다. 참고도2의 흑1이면 백4까지가 예상되는데 이 진행을 이세돌은 백이 편한 절충이라고 생각했고 구리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제21회 후지쯔배 8강전
○ 이세돌 9단
● 구리 9단
(2008년 6월7일 베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