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허물고 빌라 신축해 편법 지분 쪼개기, 소득 3억원인데 30억원 상당의 주택 사재기 등.’ 국세청이 11일 서울 강북지역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하면서 공개한 투기혐의 내용 중 일부다.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세금회피 목적의 차명 취득이 의심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15억원 상당의 재산을 취득한 사례도 발견됐다. 다음은 투기혐의 사례다. ◇투자자 모집, 지분 쪼개기=노원구에 거주하는 박지분(44ㆍ이하 가명)씨는 일명 지분 쪼개기 전문업자다. 그는 인근 미아동 소재 단독주택을 10억원에 산 뒤 “5~10가구의 소규모 빌라로 탈바꿈시키면 3.3㎡ 당 지분 값이 2,000만~2,500만원까지 올라간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박씨는 이렇게 모은 자금으로 투자자 명의의 빌라 10세대를 신축하고 세대당 2억원에 분양했다. 단독주택을 공동주택인 빌라로 바꿔 지분을 나눈 것. 박씨는 본인 이름으로 등기도 하지 않았으며 사업자 등록도 마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득세 누락뿐 아니라 미등기 전매 혐의까지 받고 있다. ◇중개업자의 부동산 투기 조장=강북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중개(45)씨는 ‘○○재개발지구‘의 조합원 분양권 물량을 확보했다. 그는 전단지 등을 이용해 매수 희망자와 은밀히 접촉, 복등기를 하면 안전하다고 부추기는 등 분양권 불법 매매를 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박씨는 분양권 불법매매 과정에서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다. 또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당사자 간 거래로 위장해 중개 수수료 신고를 누락했다고 국세청은 보고 있다. ◇무소득자가 15억원 규모 부동산 매입=박당차(38)씨는 무소득자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6년 1년 동안 서울시내 재개발지역 및 의정부 등 3곳에서 아파트ㆍ상가 등 총 15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집중 매입했다. 국세청은 소득 및 자금출처를 정밀 분석한 결과 2006년에 토지수용 보상금을 수령한 아버지에게 증여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박씨는 증여 사실을 숨긴 채 부동산을 대거 매입했다. ◇3억원 소득자가 30억원 주택 사재기=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박미남(46)씨는 최근까지 보유한 주택이 3채였다. 하지만 이후 강북 상계 뉴타운과 용산ㆍ송파 재개발지역은 물론 성남ㆍ남양주ㆍ인천ㆍ종로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주요 재개발지역 아파트와 연립주택 18채, 30억원 상당을 순식간에 추가 취득했으며 동시에 송파ㆍ구리 등의 연립 4채는 양도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박씨의 주택 취득자금 출처가 불명확하고 양도세 신고도 하지 않은 점에 착안, 조사를 벌여 박씨의 최근 3년간 소득이 3억원에 불과한 점을 밝혀내고 소득세ㆍ증여세 탈루 등의 혐의로 하씨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착수했다 ◇7채 보유했는데도 추가로 3채 매입=하순님(60)씨는 강남에 거주하면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다. 현재 하씨는 주택을 7채나 보유하고 있다. 최근 강북구 미아동 중소형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추가로 3채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하씨가 가진 주택은 10채로 늘어났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하씨의 최근 3년간 소득이 2억원에 불과했다고 세무 당국에 신고했다. 부동산 취득 자금과 관련, 사업소득 과소신고 혐의 등이 있어 현재 국세청이 자금출처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