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할부·할판 등 가격보다 차의 가치 중시/대우 신차판매전략에 현대·기아 호응/기아사태이후 3사간 공조분위기도 한몫/재고누적·내수부진 지속땐 출혈경쟁 우려「밸류마케팅」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반기 들어 자동차업계의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밸류마케팅은 무이자할부나 할인판매와 같은 변칙적인 판촉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판매를 하는 것. 가격보다 차의 가치를 중시하는 판매방식이다.
대우자동차가 신차를 내놓으면서 무이자할부와 같은 파격적인 판촉을 거부하면서 내놓은 전략이지만 최근들어 현대와 기아자동차도 동조하면서 업계전체의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우가 시작한 중고차보상 할부제에 현대가 동참하고, 기아가 할부분납제로 가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해영 대우자판사장은 『무이자할부는 정상할부에 비해 20% 이상의 기회손실을 입게 된다』며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과당경쟁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로 주장하고 있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할부판매제는 정상할부에 비해 별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차의 가치를 높이는 밸류마케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우의 입장에 현대와 기아도 동조하고 있다. 유영걸 기아자판 사장은 최근 『앞으로 무이자할부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현대의 한 고위임원도 『대우와 기아가 정상판매를 하면 변칙판매를 할 이유가 없다』며 『새로운 할부판매제도도 대우가 하지 않으면 우리도 실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3사의 회장, 사장, 마케팅 담당 임원들은 밸류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해 보다 강하게 형성돼 있다. 기아사태 발생 이후 3사간에 형성되고 있는 공조분위기도 밸류마케팅 유지에 대한 기대를 높게 하고 있다. 업계는 무차별적인 판매경쟁에서 소비자들 사이에는 『아직도 차값은 높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수요대기 현상을 초래, 무이자할부와 같은 판매로 시장을 억지로 깨우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공감대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낙관하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치고나서면 다른 업체들도 가세할 수 밖에 없다. 올해 초 3사회장이 약속한 「무이자할부중단」도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그동안 다른 업체들의 무이자할부에 상관없이 밸류마케팅을 고수해온 대우도 더이상은 남의일로 여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자판의 한 임원은 『연말께 재고소진과 올해 목표달성을 위해 현대나 기아가 무이자할부 판매를 하면 맞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밝혔다. 신차이미지를 계속 고수해 밸류마케팅으로 끌고 가기에는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하나의 변수는 기아의 향배. 기아가 어떤 형태로든 판매를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사태가 흘러간다면 「30% 할인판매」와 같은 초강수를 재차 쓸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또 현재 10만대를 넘고 있는 재고수준, 내수부진 현상이 계속된다면 판촉질서가 무너지면서 과당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점유율 경쟁보다 적절한 생산조절, 수출확대와 같은 근본적인 해결노력이 어느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박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