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항공모함의 경제학/정석화 미 시세로스틸 사장(특별기고)

◎한국형 개발,막대한 유지비 줄여야국제분쟁이 있을 때마다 미국이 과시하는 가장 큰 무기는 항공모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이라크 사태 당시에도 막강한 엔터프라이즈호를 걸프만으로 이동시켰고 대만사태에서도 힘의 상징으로 항모를 이동배치시킨 적이 있다. ○떠다니는 전략기지 그처럼 막강한 항모가 가진 힘은 얼마나 되며, 그것을 움직이는데 소요되는 경비는 또 얼마나 되는지 한번 견적을 내보고 미국이 이런 국제분쟁에서 치르는 대가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필자에게는 군사기밀도 없고 그런 것을 누설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 기술기업인으로서 이미 알려진 자료들을 근거로 유추견적법(Dead Reckoning)에 의거, 가장 적절한 경비를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설령 어떤 군사전문가가 이런 경제적 문제를 취급한다 하더라도 산업적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그 동기와 방법에서부터 혼란을 초래하여 결국 군사문제로 귀결되어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항모에는 대략 5천명 정도의 인원이 승선해 있으나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40대에서 50대 정도의 최신예 전투 요격기와 그 조종사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F­14톰케트와 F­18호네트를 포함한 이들 전투요격기는 미 해군 또는 해병대 소속으로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최고의 전투력과 조종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투가 없는 평상시에도 항모 이착륙(Touch And Go) 훈련과 각종 전투훈련을 NATOPS(Naval Air Training And Operations Procedures), 즉 미해군 항공훈련 및 작전규범대로 끊임없이 계속한다. 공군 해군 해병대 소속 전투항공기들의 훈련은 전투시와 꼭같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전대통령 부시, 영국의 앤드루왕자나 요르단의 후세인왕 등은 한때 엘리트 조종사로서 일반국민은 물론 항공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영웅들이었다. 항모의 경우 활주로 폭이 겨우 1백20피트 내외이고 활주로 길이라야 겨우 1천피트 내외로 잡는다. 또 항모갑판은 제트엔진 등의 소음으로 이 지구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거대한 공장과도 같다고 한다. ○초기투자비 연 2억불 이륙할 항공기는 마치 활을 쏘는 장소(Catapult)와 같이 정위치에서 정지하면 볼트로 연경된 홀드 백 바(Hold­Back Bar)로 일단 묶어놓는다. 각 피트 속에 있는 조종사가 규범대로 점검한 후 엔진출력을 최고로 올리고 3∼4초 지나면 항공기는 엄청난 힘으로 볼트를 파괴하며 마치 화살이 날아가듯 이함한다. 이 볼트는 전단력으로 파괴된다. 활주로 끝에서는 필경 활공(Airborne)되어야 하고 이때의 상승각도는 대략 6도에서 8도로 잡는다. 착함은 더욱 어렵다. 착함시에는 항공기의 바퀴를 내림과 동시에 항공기에 장착된 끝이 구부러진 철봉, 즉 테일후크를 내려 갑판 활주로에 닿자마자 미리 준비해놓은 와이어 로프에 걸리게 되어 있다. 이 모든 과정들은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으며 실제 전투보다 더 위험한 순간의 연속이다. 또 항공기의 적재연료는 이함시 대략 1만파운드의 무게를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너무 무거우면 이함(Take Off) 속도와 각도에 차질이 나고 실패하면 그대로 바닷속으로 곤두박질하기 때문이다. 또 착함시에는 연료를 3천파운드 이하로 줄여야 한다. 못다 쓴 연료가 있으면 바다에 내뿜어버리고 착함에 꼭 필요한 연료만 지니게 되어 있다. 이런 경우 착함시도에 실패하거나, 갑판에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기타 위급 항공기에 우선권을 주는 경우에는 연료부족으로 조종사는 항공기를 포기, 이탈하여 생명을 구하도록 되어 있다. 연료의 무게를 최소 필요량으로 줄이는 이유는 항공기 착함시 테일후크에 걸린 와이어 로프가 흡수해야 할 충격에너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고, 만일 실패할 경우 한두번의 착륙포기(Go Around)만 허용되게 한 것이다. 폭탄의 위력은 우리가 뉴스나 기타 보고를 들어서 잘 아는 바이나 폭격의 방법으로 대략 다음의 세가지를 사용하고 있다. 즉, 고전적 자유낙하법, 전자조정 투하법 및 미사일 공격법인데 2차대전과 한국전에 쓰던 자유낙하법은 공군 소속 대형폭격기 외에는 거의 사용하는 경우가 없는 비능률적 방법이다. 항모운영경비를 크게 초기자본투자비, 유지보수비 및 인건비로 구분해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항모 및 항공기 수명을 약 25년으로 잡고 매년 분할경비로 환산해보면 연간 2억 내지 3억달러의 초기투자비를 산출할 수 있다. 물론 각종 옵션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것이다. 유지보수비는 선박 및 항공기 연료비, 수리비, 각종 보급물품 구입비 등을 통합한 경비로서 약 1억달러로 치면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그중 가장 많은 경비가 직접 간접으로 드는 것은 인건비다. 인건비는 군인봉급 및 부대경비보험, 각종 의료비 수당 등 많은 경비를 포함하고 있다. 이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조종사 훈련에 소요되는 경비다. 항모 조종사 한명 배출하는데 미해군에서는 총 1백달러 정도를 잡고 있으나 이 모두를 항모 운영경비로 구분하기는 어려운 국책 사업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인건비 더 줄일수 있다 인건비 일체를 연간 약 2억달러로 잡아도 큰 오차는 없을 것이다. 위의 세가지 경비를 합산해보면 연간 항모운영경비가 약 5억달러에서 6억달러가 드는 작전이다. 그러므로 전쟁이 있든 없든 하루에 약 2백만달러나 쓰고 있는 돈덩어리 항모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끝으로 우리 해군이 이같은 항모를 운영할 경우 초기 투자비를 줄이기 위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따라서 유지보수비도 거의 반으로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형 항모를 설계해야 한다. 인건비는 더 줄일 수 있다. 꼭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예술의 경지에까지 닿은 최첨단 장비가 아니라도 된다. 북한의 김정일이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미국 납세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는 장본인이다. 세계평화를 위해 미국이 쓰는 돈은 예상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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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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