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일] 유럽의 SSM 이중잣대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이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안 국회처리가 무산되면서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이 SSM 규제법안을 두고 '한국 때리기'에 나서면서 국제 이슈로 떠올라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에까지 찬물을 끼얹고 있다. EU와의 SSM 논란이 불거진 데는 영국과 EU가 한국에 들이댄 이중잣대가 한몫을 했다. 영국은 자국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에 혹독한 규제를 가하기로 유명하다. 영국정부는 PPG(도시정책계획가이드)에 따라 대형 소매 유통업체의 출점을 제한하고 일요일에는 6시간만 영업하도록 한다. 또 입점 희망 업체들로부터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서약을 받고 이익의 1%를 기부하게 한다. 영업하기를 원한다면 지역사회에 '화끈한 배려'를 선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영국계 유통업체가 들어설 때는 이러한 규제와 의무는 자취를 쏙 감춘다. 심지어 최근에는 영국정부가 자국 유통업체의 요청을 받아 한국정부가 SSM 규제에 나서지 못하도록 압박했다는 설도 흘러 나왔다. 영국뿐 아니다. 한ㆍ EU FTA 협정문에 따르면 프랑스와 덴마크는 한국 대형 유통업체가 자국에 진출할 경우 경제수요심사를 받도록 하는 등 든든한 규제 장치를 설치해 두었다. 그런데도 EU 는 최근 '주요 교역 상대국의 보호무역 정책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의 SSM 규제 법안이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처사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FTA협정이 체결되면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데도 이들은 자국과 한국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며 '두 얼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 간 통상무역에서는 신뢰가 생명이다. 앞뒤가 안 맞는 논리로 자국민과 자국 업체만 챙기고 다른 나라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태도는 양국 간의 갈등과 불신을 키울 뿐이다. 영국정부와 EU 집행부가 지금이라도 이 점을 깨닫고 자국 소상공인들 만큼이나 지구 반대편 한국의 소상공인들도 소중히 대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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