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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순익 50% 급증…신시장 개척한 기업금융이 효자
증권업계는 최근 그 어느 때 보다 혹독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거래위축으로 주 수입원인 거래수수료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지점축소, 구조조정 등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애플투자증권이 끝내 위기를 넘지 못하고 자진 청산을 결정하자 업계의 긴장감은 한층 배가되는 분위기다.
‘위기의 계절’에 조용히 호실적을 내고 주가도 꾸준히 올라 업계의 부러움을 사는 증권사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메리츠종금증권. 3월 결산법인인 이 회사는 지난 3ㆍ4분기까지(2012년 4월~12월)까지 누적순이익이 5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보다 49%나 성장한 것으로 2011년 전체 당기순이익 536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의 전반적인 실적과 비교하면 이 회사 실적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지난해 3ㆍ4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7,87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7,498억원 보다 9,621억원이나 감소하며 반토막났다. 특히 3ㆍ4분기 순이익은 1,131억원에 그쳐 직전 분기 대비 76%나 감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분기순이익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업계 전체의 순이익이 반토막이 날 때 오히려 50%나 성장한 것이다.
사실 메리츠종금증권도 다른 증권사들과 마찬가지로 소매 및 법인영업 부문의 순영업수익은 감소하거나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ㆍ4분기 소매부문 순영업수익은 136억원으로 전년 동기 173억원 대비 21% 감소했다. 법인영업 부문의 순영업수익은 96억원으로 전년 3ㆍ4분기 97억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실적상승의 비결은 뭘까. 바로 기업금융 부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실채권(NPL). 오토리스 등 적극적으로 신시장을 개척,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했다. 증권업계에서 유일한 종금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기업대출, 리스, CMA 등 다양한 금융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3ㆍ4분기 기업금융부문 순영업수익은 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238억원 대비 32%나 증가했다. 종금업 부문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순이자마진(NIM)도 2.34%로 전년 3ㆍ4분기 2.06% 보다 0.28%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메리츠종금증권의 또 다른 강점으로 우수한 인재 영입과 철저한 성과보상체제를 꼽는다. 이 회사 리스크관리본부장의 경우 은행권에서 팀장급으로 영입한 지 2년 만에 팀을 본부로 승격시키면서 상무급으로 승진했다. 2011년에는 부실채권 분야의 ‘선수들’로 알려진 3명을 동시에 영입하며 팀을 신설했고, 지난해에는 채권분야 전문가 2명을 본부장급으로 채용했다.
최희문 사장과 김용범 사장 각자 대표체제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도 눈에 띈다. 지난 2010년 취임한 최 사장은 현재 본사 영업총괄을 맡고 있고, 지난해 각자대표로 취임한 김 사장은 본사업무지원 및 리테일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본시장 전문가인 두 대표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두 최고경영자는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으로도 업무 보고를 받고 지시도 내린다. 또 임원 뿐만 아니라 말단 직원이라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직접 대면보고를 받을 정도로 열린 보고문화가 정착돼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내부와 외부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육성, 영입하고 성과에 따라 파격적인 보상을 하고 있다”며 “보고하고 결제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경우가 전혀 없고, 불필요한 격식도 차리지 않는 기업문화 덕분에 효율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올 1~3월에도 2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올려 2012년 결산 총 7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가 역시 지난 2011년 말 704원에서 현재 1,400원대로 2배 뛰었다. 특히 3월 결산법인인 만큼 배당수익도 기대할 만 하다.
이치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메리츠지주의 자금필요성을 감안하면 약 7%대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7%대의 배당률을 전망하면서 “지주가 화재, 캐피탈 등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더 높은 배당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배당수익률 추가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 연구원은 이어 “기업금융에 특화된 수익구조가 정착돼 올해도 큰 변수가 없다면 어닝파워는 지속될 전망이며 주가흐름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