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투자의 적은 내부에 있다

투자 현장 매력 없고 노동 생산성 경쟁력 약해<br>강성 노조 유연성 필요 시장경제 선호도도 높여야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동력이 꺼져가고 있다.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의 두 배 가까이 성장하던 예전의 활력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년 연속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을 밑도는 경제 성장을 하더니 이제는 성장률이 우리의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지도 이미 4년 반이 지났다. 정작 문제의 진원지였던 미국은 최악의 국면을 지나 경기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20년 넘게 저성장 늪에 빠졌던 일본조차 경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먼저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벗어났다며 으스대던 한국 경제가 골골거리고 있다.

경기 불황의 핑계야 널려 있다. 유럽의 위기 지속과 미국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대표되는 세계 경제 침체가 주범이고 국내의 내수 침체, 특히 투자 침체가 종범이다. 국내 경기는 우리의 정책적 결정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크다. 건설 투자는 4년째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설비 투자 증가율은 지난 2년간 평균 1%에도 못 미쳤다. 우리나라의 설비 투자는 국내총생산의 8% 내외를 차지하며 주력 산업인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이다. 총 설비 투자액 중 56%에 달하는 부분이 제조업 부분의 투자이며 제조업은 지속적인 재투자와 보완 투자가 있어야 지속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400만명이 넘는 제조업 부문의 좋은 일자리도 이 설비 투자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그 설비 투자가 바닥을 기고 있다. 언뜻 세계 경기가 이 모양이니 기업의 설비 투자 부진은 당연한 듯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투자 부진의 발목을 잡는 진짜 원인은 우리 내부에 있다. 이미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 입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 간 경쟁 구도하에 놓여 있다. 심지어는 같은 국가 내에서도 지역 간에 치열한 기업 유치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일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미국 기업 7곳으로부터 4억달러에 육박하는 큰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됐었다. 우리는 우수한 인력과 첨단 산업 인프라 및 쾌적한 생활 환경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투자 현장이 외국 기업이나 우리의 글로벌 기업에 크게 매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판매 시장으로나 공장 입지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투자 입지의 경쟁력은 해외 직접투자의 유ㆍ출입을 보면 알 수 있다. 2008년 이후 우리나라로 유입된 연평균 해외 직접투자액은 75억달러 내외이나 해외로 나간 투자액은 무려 세 배가 넘는 236억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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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투자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은 우리 내부에 있다. 첫째는 인건비를 감안한 노동 생산성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최고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없다. 3,000명을 고용한 미국 조지아주 자동차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봉이 우리나라 울산 현대자동차의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봉의 80%가 안된단다. 둘째는 강성 노조가 경영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자체의 경직성이 노사 협상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노노 간의 갈등이 새롭게 경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조 문제를 주정부와 주민들이 나서서 해결해주려는 나라와는 경쟁의 여지가 없다. 그 외에도 우리 국민들의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 기업하기가 쉽지 않다. 글로브스캔(Globescan)과 현대경제연구원이 함께 조사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나라별 선호도를 보면 한국은 62%로 심지어 중국(72%)보다도 낮은 상태이다. 대기업에 가까울수록 존경보다는 비호감의 대상으로 취급받아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투자는 밭에 씨를 뿌리는 일이다. 씨를 뿌리려면 밭에 잡초를 걷어내고 거름을 주고 가꾸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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