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국 시장이 정말 중요하다면

외국인인 한국법인 대표, 본사 고위임원이 참석하는 자동차업계의 미디어 행사에 가보면 어김없이 연출되는 풍경이 있다. 어렵게 외웠을 것으로 짐작되는 '한국어 코멘트'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방한한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알리 카사이 르노그룹 부사장 등은 '안녕하십니까' '만나 뵙게 돼서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한국말을 구사했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최근 'QM3' 출시행사 등 공개석상에서 어김없이 네다섯 문장이나 한국어로 준비해와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고는 한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의 '안녕하십니까'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한국의 미디어와 소비자들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이들의 노력은 한국어 인사말에 그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S클래스' 출시행사에서 공개된 기념영상에는 고궁의 실루엣과 옛 한글, 국악이 삽입됐다.


일부러 한국시장을 생각해준 점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만 오글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업가가 어떤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품질과 가격 정책, 마케팅 전략으로 승부를 보면 된다. 민족정서에 기대는 것도 전략이라면 전략이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큰 호응을 얻기는 어렵다. 방한하는 해외 유명인사에게 무턱대고 "어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느냐"고 묻고 "말춤을 춰달라"고 요구하는 기자들이 네티즌들로부터 비웃음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한 언행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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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요즘 일부 외국계 자동차 메이커의 행보 때문에 외국인 경영진의 한국어 코멘트는 더욱 표리부동하게 느껴져 아쉽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체체 회장의 경우 최근 방한 때 한국 연구개발(R&D) 조직 설립안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는데 알고 보니 2~3명 규모의 작은 팀에 지나지 않아 업계 관계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철수설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GM은 20만대가량의 한국 생산물량을 감축하게 됐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서 차를 비싸게 팔고 서비스에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은 더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그러고 보면 외국차 업체 경영진이 이토록 한국말 인사에 매달리는 것은 한국 소비자들의 불신을 달래보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말로 덕담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먹튀'나 다름없는 행동을 한다면 소비자의 마음은 점점 멀어질 뿐이다.

이제는 정말 한국어 인사말보다는 꾸준히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팔고 명성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착'하는 외국차 경영인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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