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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혁신형 제약기업과 바이오기술(BT) 기업들은 지난 1986년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을 설립해 신약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국내외의 전주기(全週期) 신약 연구개발 코스를 완주하기 시작한 게 불과 10여년 전이지만 매년 국산 신약(화합물신약ㆍ바이오신약ㆍ천연물신약ㆍ개량신약)을 1~2개씩 개발하고 있고 연평균 3~4건의 기술수출을 하는 등 신약 연구개발을 통해 전형적인 제조업 경영에서 탈피, 혁신형 기술경영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제네릭(Genericㆍ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과 개량신약(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의 종류나 배합비율, 투여경로, 제형ㆍ함량ㆍ용법 등이 다르거나 명백하게 다른 효능ㆍ효과를 추가한 전문의약품)만으로는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하는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임진년 새해에 신약 연구개발을 기업 성장동력의 미션으로 삼는 혁신형 제약기업과 그렇지 않은 비혁신형 기업의 경영행로는 더욱 확연하게 차별화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는 신속한 제네릭 의약품 개발ㆍ상용화도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국산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 경험을 가진 혁신형 제약기업과 BT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을 위한 신약개발 재투자 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약값 절감에 초점 맞춘 정책 문제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들은 1개 기업당 평균 5개의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임상시험(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ㆍ유효성을 확인하고 이상반응을 조사하는 시험)중인 파이프라인(Pipeline Productsㆍ특허는 있지만 임상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시판할 수 있는 약물)과 전(前)임상시험 중인 파이프라인은 약 100여건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과 BT 기업들은 신약을 투자ㆍ개발해도 약품비 절감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정책 때문에 제네릭과 별 차이가 없는 건강보험 약값을 적용 받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들은 순이익의 70% 이상을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하지만 절대적인 투자 규모가 작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글로벌 임상시험ㆍ마케팅을 전개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막대한 연구비와 시간ㆍ인력을 투자해 신약을 연구 개발하려는 기업은 사라질 것이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투자방향 설정을 위한 포트폴리오 분석을 살펴보면 여러 부처가 신약개발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초 분야나 시설ㆍ인프라 지원에 치중돼 있어 글로벌 시장 진입의 도약기로 접어들고 있는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약 상용화 지원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향후 신약개발 지원정책의 방향은 미래 보건경제사회의 니즈와 과학기술 분야의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설정하는 등 현실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상용화 지원 늘리고 수요 고려를
특히 국내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약개발 수요를 반영하고 산학연관 공동으로 개방형 혁신체제 아래서 상업화 기반을 구축하고 글로벌 마케팅 갭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신약 연구개발 투자의 집중도에 성패가 달려 있음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신약개발에 대한 혁신기업의 투자를 결정짓는 요인은 규제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투자 성공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신약개발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등 선진화된 정부의 지원정책이 적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신약개발은 국민의 건강증진, 건강자주권 확보와 직결된다. 다른 의료투입물과 비교할 때 의약품은 건강 향상에 매우 생산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