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등 한국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3인방이 최근 들어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 부실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었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에 대해서도 금융자산이 넉넉하다며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이 한은 총재가 PF의 부실을 경고하자 이에 뒤질세라 권 경제부총리도 최근 이와 비슷한 발언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급등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에 대해 “은행의 조달비용이 대출금리로 바로 반영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앞으로 고민하자”며 가계의 금리부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처럼 부동산 문제를 금융으로 해결한 나라는 없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과 금융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형성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 급증, 중소 건설사 도산 등의 여파에 금융도 예외는 아니지 않느냐”고 최근 정부의 시각을 전했다. ◇예전과 다른 정부의 상황인식=정부는 지방 건설시장의 냉각이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투기과열지구와 달리 지방 투기지역 해제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이유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Loan To Value ratio), 총부채상환비율(DTIㆍDebt To Income ratio) 등 금융규제가 투기지역 위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투기지역을 해제하면 금융규제도 풀리게 되기 때문에 불가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다. 하지만 투기지역을 담당하는 재경부의 최규연 대변인은 최근 “내부에서 (투기지역 해제도) 검토 중”이라며 “곧 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부동산 금융규제를 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견 건설사의 흑자도산, 미분양 아파트 급증이 가시화되기 전만 해도 금융 당국자들의 멘트는 ‘문제없다’는 식이었다. 재경부는 지난 7~8월만 해도 목요일마다 열리는 정례 브리핑에서 시장침체 우려에 대해 “부동산시장이 정상을 되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금감위원장 등이 ‘선제적 감시’라는 이유로 과거에는 별 문제가 없다던 것에 대해 ‘면밀한 실태를 조사 중’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 금융시장 파급 우려=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시각 변화가 있는 것 같다.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며 정부의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금융시장이 미국 못지않게 부동산과 연결고리를 구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부동산 PF도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장려한 금융상품이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세제와 더불어 금융도 주요 카드로 활용됐다. 금융 고위당국자들의 상황 인식 변화에 대해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처럼 금융과 부동산이 밀접하게 관련된 나라도 드물다”며 “최근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실제 올 상반기 현재 전체 산업대출금 잔액은 396조원이다. 이중 건설사가 빌린 돈은 39조원이며 시공사 등이 PF로 차용한 규모는 56조원가량이다. 전체 산업대출금 중 23.9%가 건설사ㆍ시공사들이 빌린 금액이다. 이런 가운데 가계 대출금도 올 상반기 현재 350조원으로 급증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금융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는 데서 정부 인식 변화의 이유를 찾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