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계 여성리더십 컨퍼런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롤모델 여성으로만 한정한다면 각분야의 '최초여성' 탄생 못할 것"<br>역경에 더욱 빛난 여성의 리더십<br>커피 심부름·여성 비하 등<br>용납 힘들땐 확고히 말하되 때론 무시하는 것도 필요

콘돌리자 라이스(왼쪽 두번째) 전 미 국무장관이 세계 여성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역경에 더욱 빛난 여성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세계 여성리더십 컨퍼런스' 에서 참가자들이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500여명의 국내외 여성계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리에 진행된 이 행사는 30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고영권기자

"제가 합동참모본부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신참이 커피를 타오는 것이 관행이라며 제게 커피를 타오라고 하더군요. 전 그 관행에 반기를 드는 대신 그냥 시키는 대로 커피를 탔습니다. 대신 엄청 독하게 탔더니 다시는 저에게 시키지 않았지요." 30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여성리더십컨퍼런스에 참석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역경에 더욱 빛난 여성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여성의 리더십은 다양하다"며 "상황에 맞춰 때론 부드럽게, 때론 강경하게 다양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여성으로서 성공적인 리더가 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라이스 전 장관은 자신이 성공적인 여성 리더로 성장한 배경과 여성으로서 일하며 부딪혔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커피 심부름 일화뿐 아니라 여성 비하 발언을 들었던 일화들을 소개하며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싸울 필요는 없으며 용납할 수 없는 부분에는 확고히 말하되 때론 무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얼마 전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해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수장이었던 엘렌 존슨 라이베리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성공적인 여성 리더들이 전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데 대해 라이스는 "미국 역시 여성 대통령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 이라며 "힐러리 클린턴 상원 의원과 세라 페일린 주지사 등 대통령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 근거"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성장에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가정 내에서 여성이 교육 받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나는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내가 자란 앨라배마에서는 남녀 모두가 일하는 환경이어서 함께 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적인 여성 리더가 되기 위해서 롤모델을 여성으로 한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군사 문제를 다루는 내 영역에서 나의 롤모델은 거의 백인 남자였다" 며 "여성 롤모델이 없다면 다른 롤모델을 찾아야 한다. 여성이 나와 비슷한 여성만 찾는다면 '최초 여성'은 탄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은 감정적이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그는 "감정적인 것이 비이성적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감정적이고 열정적이라는 것은 오히려 좋은 뜻"이라고 단언했다. 9ㆍ11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피가 우선이라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달리 자신은 이 사태를 국민과 세계에 먼저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그는 "이 결정이 감정적인 것일 수는 있지만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라이스의 연설 후 열린 대담에 패널로 참여한 제니 시플리 전 뉴질랜드 총리도 "여성은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는데 그렇지 않다"며 "여성은 결정의 순간에 충분히 결정할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위기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이 풍부한 여성은 국가에 대한 사명감을 더욱 강하며 이는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 모리슨 전 아시아위크 편집장은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프라 윈프리나 여성 영화 제작자, 프로듀서 등 성공적인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광고 등에서 편견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 그는 "결국 변화는 아래에서 위, 위에서 아래 쌍방향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참여한 김병국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지난 2008년 국내 외무고시 합격자 중 여성은 67%였다"며 "15년 후에는 한국에도 지도자급 여성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업의 경우 아직 여성 사장 비율이 13%에 불과한데 재계 지도자들도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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