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과 2006년에 각각 시행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에 나서기 위해 후보자들이 해당 지역구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건네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고 선거가 끝나도 대선이나 총선이 있을 때면 선거운동원 역할에 매달렸다. 여야 간 대립 사안에 대해서도 각 당의 충실한 대변인 노릇을 했다. 2년 전 서울시장 재선거를 불러온 무상급식 사태, 3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성남시와 시의회 간의 갈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주민의 권익증진과 지방분권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했고 대선 때는 대통령 후보들까지 나서 핵심 공약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13일에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정당공천 폐지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감대는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다.
문제는 실천의지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벌써부터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했고 민주당도 공천을 강행할 태세다. 이번엔 공천을 하고 내년 선거부터 없애자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재보궐선거 지역이 5곳에 불과해 부담이 적은 지금도 안 되는데 판이 커지는 내년에 가능할 리는 더욱 없다.
정당공천 폐지는 정치권 스스로 내건 국민과의 약속이다. 당장 선거법을 바꾸기 힘들다면 여야 합의로 공천을 하지 않으면 된다. 법 개정은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 충분히 논의한 뒤 바꿔도 늦지 않다. 지금은 백마디 말보다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