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전기자동차(OLEV) 사업에 거듭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진행된 사업에 대한 성과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데 이어 향후 사업계획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 게 낫다(사업 미시행)는 결과가 도출돼 정부 예산 지원이 대폭 축소되거나 끊어질 상황에 놓였다.
OLEV 사업에는 지금까지 총 400억원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투입됐다. 사업 시작 2년 만에 사업 자체가 무산되거나 상당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가 R&D 체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ㆍ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오는 2011~2012년 2년간 총 1,100억원을 투입해 실제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OLEV 실용 시제품과 안전성ㆍ성능이 검증된 표준 시제품을 개발하겠다는 KAIST의 사업계획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평가위원 8명 모두 사업 미시행의 결론을 내렸다.
OLEV는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를 통해 전력을 공급 받아 운행하는 기존 전기자동차와 달리 도로에 전기를 공급하는 급전라인을 설치하고 차량에 고효율 집전장치를 장착해 달리는 과정에서도 전력을 공급 받아 운행하는 차량이다.
종합 평점(AHP)에서 사업 미시행에 대한 선호도가 0.806으로 사업 시행 선호도 0.194보다 크게 우세했다. AHP 결과는 1점을 만점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사업 미시행에 가까우며 특히 0.5점 미만일 경우 사업의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평가위원들은 급ㆍ집전기술 중심의 장기 연구는 필요하지만 현재 기술수준으로 성급하게 대규모 시제품 개발을 추진, 상용화를 꾀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실제 적용시 부족한 핵심기술에 대한 R&D로 사업 범위를 축소하고 사업 규모도 연간 100억원 미만의 규모로 추진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KAIST는 당장 내년 예산 확보가 어려워졌다. 지난 2009년 사업 평가에서 52.1점을 받은 데 이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미시행 의견이 우세한 사업에 대해 정부가 예산 지원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5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기술 개발까지만 지원하고 상용화 과정은 지원할 생각이 없다"면서 "다른 부처의 지원을 받거나 기업의 도움을 받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AIST 측은 사업평가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지속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조동호 KAIST 온라인전기자동차사업단장은 "1차년도 R&D 목표를 달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상용화를 진행할 것"이라면서"어떤 식으로든 정부 예산을 따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평가 결과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거듭 받은데다 정부 예산 지원이 줄거나 끊길 경우 사업 추진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사업이 좌초할 경우 수백억원의 국가 R&D 예산이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셈이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통해 단 한 차례의 객관적인 검증을 받지 않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사업의 상용화는 현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기술 개발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면서 "국가 예산 체계를 교란시킨 데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