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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스타
"자회사, 한·벨기에 투자협정 보호 대상에 포함"
"외환은 매각 늦어져 손해·스타타워 과세 부당"
● 정부
"원칙상 실체없는 투자자까지 보호할 필요없다"
"정당한 매각 행정 절차 … 실질소득 기업에 과세"
정부, 수조원 재판에 함구… 밀실주의 도마에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첫 심리가 오는 15일 열린다. 그동안 서면공방을 벌이던 양측은 이날 미국 워싱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만나 증인심문 등 치열한 공방에 들어갈 예정이다. 워싱턴에는 이미 지난주부터 양측의 변호사 수십명이 집결, 마지막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차 심리(5월15~24일)에서는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청취한 후 양측에서 채택한 수십명의 증인들에 대한 심문이 주말도 없이 진행된다.
론스타는 지난 2012년 11월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부당한 과세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한·벨기에·룩셈부르크 경제동맹 간 투자상호 증진 및 보호협정(이하 한·벨기에 투자협정)'에 따라 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법무부가 박주선 의원실에 밝힌 소송가액은 43억7,800만달러였다. 그러나 최근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론스타가 환율변동 등의 이유로 청구금액을 46억7,900만달러(한화 약 5조1,000억원)로 증액했다. 막대한 금액이 걸린 만큼 양측은 주요 쟁점에 대해 팽팽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소송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함구로 일관하는 정부의 '밀실주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페이퍼컴퍼니 소송자격 있나=우선 이번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할권 문제'가 첫 번째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LSF-KEB홀딩스SCA·스타홀딩스SCA 등 론스타가 벨기에에 세운 6개의 자회사들이다. 론스타는 이 자회사를 통해 외환은행뿐만 아니라 스타타워·극동건설 등에 투자했다.
문제는 페이퍼컴퍼니가 이번 소송의 근거가 되는 한·벨기에 투자협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이 자회사들을 페이퍼컴퍼니로 보고 세금부과 등의 행정적 조치를 내려왔다. 한·벨기에 투자협정에는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명시적 조항이 없기는 하지만 우리 정부는 투자보호협정의 원칙상 실체가 없는 투자자들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론스타는 그동안 한국 내 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벨기에 자회사들이 실체가 있는 법인들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설령 자회사들이 페이퍼컴퍼니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한·벨기에 투자협정에 페이퍼컴퍼니를 배제한다는 조항이 없는 만큼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쟁점은 절차적·형식적 쟁점으로 다행히 재판부에서 받아들이기만 하면 다른 실체적 쟁점들과는 무관하게 우리 정부가 승소할 수 있다.
◇론스타에 차별적인 대우로 손해 입혔나=양측이 더욱 첨예하게 맞부딪힐 실체적 쟁점들은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로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다. 론스타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대목은 두 가지다.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스타타워 등의 매각차익에 대한 부당한 과세다. 우선 당시 금융위원회가 론스타 관련 검찰 수사 및 재판을 이유로 외환은행의 매각 승인을 늦춘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1조3,830억원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했으며 2007년 9월 HSBC에 이 지분을 5조9,376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12월 HSBC는 지분 인수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정부가 승인 결정을 해주지 않았고 2008년 9월 HSBC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로 외환은행을 넘겼다. 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2조원가량 손해를 봤다는 것이 론스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정당한 행정절차였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불법 행위 여부에 대한 사법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매각 승인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외환은행 당시 진행 중이던 두 건의 관련 재판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배임 사건(2006년 12월 기소) △외환카드와 외환은행 합병 시 주가조작 사건(2007년 1월 기소)이다. 2008년 4월 전광우 당시 금융위원장은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이 1차적인데 금융위 차원에서 계기를 찾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소송 적요서에서 "매각자인 론스타와 관련한 이유로 매수자인 HSBC의 지분 인수 승인을 지연시킬 한국 내 규제기준은 없다"며 "당시 금융위의 조치는 법이 아닌 정치적 상황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철수 법무부 과장은 "국내법과 국제규범에 맞게, 평등하고 자의적이지 않게 처리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세금과 관련해 론스타는 한국 과세당국이 스타타워 및 하나금융 매각 수익 등에 대해 8,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세당국은 조세회피 목적의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실질 소득의 귀속처 등을 고려해 정당하게 과세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수조원 달렸는데 '깜깜이 재판'…결정문도 비공개 가능성=이번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부·금융위 관계자들은 재판부의 결정이라는 이유로 이번 재판과 관련한 내용 일체를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ICSID 규정에 따르면 공개 여부는 재판부의 결정이 아니라 중재당사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최악의 경우 국민 세금 수조원이 낭비될 수 있는 재판의 전 과정이 담당자 몇 명에 의해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는 "수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이 걸린 사안임에도 정부가 소송 관련 정보를 독점한 채 밀실주의를 고수하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심지어 최종 결정문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ICSID 규정상 결정문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원고와 피고가 협의를 통해 공개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판결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지도 모른 채 국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의원은 "소송 대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와 견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송 중이라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