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 배만 불리는 '인문학 대중화'

"국민과 인문학 접점 넓혀라"

교육부 예산 두배 늘렸지만 강좌 운영 등 진입장벽 높아

대학 쏠림현상 갈수록 심해져

교육부가 국민 대다수의 인문학 체험을 목표로 '인문학 대중화'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과의 접점이 넓어지기는커녕 일부 대학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인문학 중흥'이 주요 국정과제로 부상하면서 올해 관련 사업 예산을 지난해의 배가 넘는 60억원으로 책정했다. 교육부는 인문학 대중화를 위해 △석학·시민 인문강좌 확대 △인문도시 증설 △인문주간과 축제 편성 △산학 연계 인문 브리지 개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주요 사업이 대학 위주로 운영되면서 국민과의 접점이 넓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가장 많은 수의 시민이 참여하는 핵심사업(15억원)인 '시민 인문강좌'는 사회 각계각층의 평생교육 기회를 높인다는 취지와는 달리 대부분의 강좌 운영을 대학이 독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연구소와 기업, 지자체 등 시중에서 수준 높은 인문학 강의나 관련 행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선정한 57개의 시민강좌 중 50개가 대학 몫이었고 전국 국공립 도서관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은 곳은 단 1곳에 그쳤다. 사립 인문연구소나 출판사, 유관기관 가운데 정부 지원 단체로 선정된 곳은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올해 '인문학 열풍'의 영향으로 문화체육관광부도 도서관·박물관 등의 인문학 지원 예산을 배정한 상황이어서 교육부 사업의 대학 쏠림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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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문학 출판사 관계자는 "교육부 배정 예산이 2배가량 늘었지만 시중에 질 좋고 다양한 성인 인문학 강좌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며 "강의 질과 운영 능력 등에 있어 진입장벽이 높아 우수 강사진과 사업을 사실상 대학이 독점하게 되면서 인문학 강좌의 터전을 닦아온 기존 사설 인문학 연구소 등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학이 주관하는 성인 인문학 강좌 대부분은 대학 캠퍼스 내에서 열리고 있어 인문학의 '접점 확대'라는 당초의 의도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5월 사업자 공모를 앞둔 신사업인 산학 연계 '인문 브리지' 역시 대학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 교육부의 인문학 대중화 사업이 결국 대학 지원비만 늘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3배가량 확대되는 '인문도시' 사업도 졸속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원 대상을 지난해 5개 도시에서 15개로 늘리기는 했지만 교육부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물론 해당 도시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이 사업에서 지금까지 확정된 것은 올 지원 예산 15억원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산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운영주체 역시 대학이나 대학 연구소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출발한 산하 재단에 주로 맡겨져 있다"며 "시민과 지역사회 전 계층에 고른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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