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변화만이 살길이다

지금 새삼스럽게 이를 거론하는 것은 기업의 수명이 생각처럼 그렇게 길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경우 잘 나가던 기업도 어느 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가 있음을 100대 기업부침사(史)는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화신산업·동명목재·삼호무역 등 60년대 한 시대를 주름잡던 기업들이 아련한 기억 속에서나 존재하게 된 것은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때문이다. 우리경제 속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위 30대 재벌기업들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그 장래는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환경변화의 속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요즈음이기에 기업변신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그렇다면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선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해야 한다. 기업이 잘 되기 위해서 덩치를 키워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작더라도 돈을 벌 수 있어야 살아남는 것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계열기업이나 사업부서는 과감히 처분해야 한다. 우리 국내 기업들을 놓고 볼 때 가장 답답한 면이 바로 이 수익성 부분이다. 돈을 까먹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상호출자다, 지급보증이다 해서 부실 계열기업을 끌어안고 있는 재벌들의 행태는 생존에 전혀 득이 되질 않는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가장 좋은 방어수단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익성이 높아지면 이는 주가에 반영되게 마련이고 가격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주식에는 기업사냥꾼이 달려들지 못하게 돼 있다. 수익성이 형편없으니까 기업사냥꾼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둘째로 이젠 디지털 시대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상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자상거래의 보편화가 점쳐지고 있다. GE의 웰치회장, 델 컴퓨터의 델회장, 마이크로 소프트의 게이츠회장 등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예언에 의하면 오는 2005년까지 전자상거래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세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정해 놓은 시한은 불과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들의 전자상거래에 대한 대비는 참으로 미온적이다. 현재와 같은 식의 유통이나 대금결제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속에 빠져 있는 듯하다. 전자상거래로의 변화는 순식간에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창고형 매장이나 백화점 같은 시설이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사진관과 양복점 등에서도 디지털시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앞서가는 사진관에 가보면 디지털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사진을 여러 컷트 찍은 후에 그 즉시 고객으로 하여금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게 해 최종적으로 현상해 준다. 반면 아직도 실제로 현상된 것이 나와봐야 사진이 잘 되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있는 사진관도 수두룩하다. 양복점 가운데서도 디지털스캐너를 설치해 놓고 고객이 여기를 한번 지나가는 것으로 칫수를 재고 그것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놓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줄자로 손님의 칫수를 재는 양복점도 있다. 어느 사진관, 양복점이 살아남을 수 있을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밖에도 기업이 추구해야 할 변화는 너무나 많다. 조직의 슬림화 및 플랫화, 소유주경영자의 시대에서 전문경영자의 시대로, 탁상경영보다는 현장위주의 경영,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니즈(NEEDS)에 맞춘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공 등이 그것이다. 변화에 선택은 없다. 다만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차차 소멸해서 사라질 것인가만이 앞에 놓여 있을 따름이다. 변화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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