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너무 빨리 중년기(Premature Middle Age)에 접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자 사설에서 고도의 압축성장으로 아시아 3대 경제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이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 경제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참여정부가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만한 비전과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FT는 한국이 지난 97년의 외환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지난 4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 4.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국가의 경쟁으로 산업기반이 급속도로 해체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반외자 정서로 인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도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의 원인으로 FT는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 반해 제조업의 범위가 좁다는 점을 들었다. 또 국내 경제는 역동성이 결여돼 있을 뿐 아니라 규제가 너무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 경제가 재벌에 지나치게 잠식당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성장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정면 충돌하지 않는 신사업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투자 분산과 혁신을 통해 외국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했다.
그러나 FT는 “유감스럽게도 참여정부는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비전과 정치적 결단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그나마 대선이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역사적으로 올바른 정치적 리더십이 있다면 한국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며 현재 정부의 리더십 부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