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위성미의 컷 통과와 '한국 골프'

세계적 스포츠 스타가 된 프로골퍼 위성미가 오는 29일 온다. 5월 첫째주에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리는 SK텔레콤오픈에 출전, 소위 ‘성 대결’을 펼치기 위해서다. 골프계 안팎의 관심이 쏟아지다보니 주최 측이 ‘비밀로 하자’고 했다던 그녀의 일정은 벌써 다 알려졌다. 위성미가 한국에서 할 첫 일은 자신이 낸 자선기금으로 수술을 받게 된 난치병 어린이를 만나는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한다. 입국 다음날인 30일에는 인천문학구장에서 SK-두산의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고 월요일인 1일은 스카이72골프장 내 연습장에서 기아자동차 VIP를 위한 클리닉과 MBC 오락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촬영을 하게 된다. 따라다닐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를 생각하면 매우 번잡하고 바쁠 듯하다. 하지만 대회 개막 이틀 전인 2일부터 위성미의 일정은 연습 외에는 없다. 대회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 위성미의 뜻이라고 한다. ‘프로 골퍼’의 면모를 보이고 싶다는 의지다. 이를 지켜보는 국내 골프계의 시선이 복잡하다. 초청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까지 상위권 성적을 내 대회를 빛내주길 바라는 게 보통 관계자들의 심정. 선수가 연습에만 집중하겠다면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유있게 컷을 통과하면 어쩌나’ 하는 전에 없던 걱정이 관계자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세계적인 골퍼라고 하지만 10대 여성이 남자프로골프대회 컷을 통과하면 ‘한국 골프의 체면이 땅에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위성미가 그동안 미국 PGA투어, 또 일본 남자대회에서는 컷 통과에 실패했는데 한국에서 성공하면 ‘우리 선수들은 뭐가 되냐’는 항변도 소리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국 남자골프가 미국이나 일본과 동등한가를 먼저 생각해보자. 역사나 상금, 대회 수 등 어느 것 하나 그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선수들의 기량을 봐도 톱 골퍼 몇 명이 견줄 만할 뿐 전체 수준은 처지는 게 분명하다. 위성미가 컷 통과에 실패한다고 한국 골프가 당장 미국과 일본 투어 수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위성미의 대회 출전과 컷 통과 여부는 한국 골프의 체면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없다. 일부 남자선수들의 불만과 골프계 안팎의 ‘한국 골프 걱정’은 쓸데없다. 골프는 궁극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위성미와 관계없이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길, 그래서 한국 골프가 위성미의 컷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한 단계 도약하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초청선수 위성미도 프로다운 면모를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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