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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팍팍… 태극 전사… 기가 산다

기성용, 뛰어난 완급 조절로 '이기는 축구' 구사<br>슈틸리케 복심으로 팀 전체 생각하며 전술 조언<br>아시안컵 초반 경기력 논란 속 공수중심 잡아줘<br>4강서 이라크와 8년만의 맞대결

슈틸리케호 전술의 핵심인 미드필더 기성용. 8강전을 통해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가치도 입증했다. /=연합뉴스


기성용, 뛰어난 완급 조절로 '이기는 축구' 구사

슈틸리케 복심으로 팀 전체 생각하며 전술 조언

아시안컵 초반 경기력 논란 속 공수중심 잡아줘



울리 슈틸리케(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호주 아시안컵 기간 매 경기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온다. 부상자가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전술 유연성이 슈틸리케 축구 철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표팀이 치른 4경기 390분(8강 연장 30분 포함)을 모두 소화한 선수는 단 두 명이다.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26·스완지)과 왼쪽 수비수 김진수(호펜하임). 대체 불가 전력으로 꼽힐 정도로 슈틸리케의 신뢰가 두텁다. 특히 주장 기성용은 슈틸리케의 '복심(腹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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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세 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기성용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경험까지 더해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다. 2013년 최강희 대표팀 감독을 조롱하고 대표팀 내 파벌을 조장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도 있었지만 이후 더 단단해진 모습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기성용은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2대0 승)에서는 후반 막판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됐다. 연장에서는 완전히 낯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이동했다. 슈틸리케는 경기 후 "기성용이 내게 찾아와 남태희(레퀴야)가 중앙으로 가고 자신이 측면으로 가겠다고 했다. 선수들의 의견이 합리적이면 존중한다"며 "팀을 위해 본인이 그렇게 하는 게 낫다고 해서 그 의견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에 대한 슈틸리케의 신뢰는 두터움을 넘어 감독의 역할을 나눌 정도로 전폭적인 것이었다. 기성용은 23일 "남태희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 더 위협적이다. 그래서 위치를 바꿨다"며 "상대 오른쪽 수비는 내가 피지컬(신체적 우위)로 공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연장에서만 2골을 넣었다.

한국이 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철저히 '이기는 축구'를 하고 있는 것도 기성용의 완급 조절 때문이다. 한국축구의 무실점 5연승(4일 사우디와 평가전 2대0 포함)은 1990년 이후 25년 만이다. 기성용은 부상 병동인 팀 사정상 지지 않는 '실리 축구'를 지향하되 EPL에서 갈고 닦은 롱 패스로 별안간 골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기성용의 이번 대회 롱 패스 성공률은 82.9%에 이른다. 패스 전체 성공률은 92.2%,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 성공률은 89%로 나타나고 있다. 우즈베크전에서는 124차례 볼 터치와 95차례 패스(성공률 91%)로 3차례 골 기회를 제공했다. 연장 후반 비신사적 플레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바로 소멸해 4강에 영향이 없다. 한 차례 경고 기록은 8강 뒤 모두 소멸하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경고가 있었던 남태희·장현수(광저우 푸리)·차두리(FC서울)·한교원(전북)·김창수(가시와 레이솔)도 경고 누적 걱정을 털었다.

슈틸리케는 26일 열릴 4강에서도 붙박이 기성용과 김진수를 가동하고 중앙 수비 조합은 곽태휘(알힐랄)·김영권(광저우 헝다)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2경기 연속 호흡을 맞춘 곽태휘·김영권은 견고한 수비로 대표팀의 수비 불안 우려를 날려버렸다. 특히 베테랑 곽태휘는 8강에서 벤치의 다양한 수비전술 변화 주문을 완벽하게 소화해 경기 MVP로도 뽑혔다.

한편 대표팀은 23일 멜버른을 떠나 4강 결전지인 시드니에 입성했다. 항공기 기체 결함으로 도착이 2시간 늦어져 예정했던 훈련 없이 숙소에서 몸을 풀었다. 슈틸리케와 신태용 코치는 곧바로 캔버라로 이동해 이란과 이라크의 8강전을 관전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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