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21, 22일 이틀간 파리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모색하는 시점에 열리는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경기 불안감 확산
현재 세계 경제가 맞닥뜨린 가장 큰 현안은 이라크 전쟁 가능성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면 불확실성이 해소돼 오히려 경제 회복에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쟁 양상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전쟁이 분명히 일어난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경제에 매우 나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2.8%)보다 다소 높은 3.25~3.50%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현재 5.7%에서 연말에는 5.75~6.0%로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등에서 수입되는 저가 상품의 범람 속에 소비가 줄면서 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0년간 6,740억 달러의 감세를 골자로 한 경기부양책을 마련했으나 그 효과에 대한 반론이 거세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11일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이라크전의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 기저에 깔려 있는 실질적인 힘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부양책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독일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2%로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물론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하반기 1%대로 떨어졌다. 10년 넘게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위기를 의제로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협조 잘 될까
이번 G7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이라크전에 대비해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를 골자로 하는 경기부양 대책 마련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9ㆍ11 테러 참사 이후 수 차례의 금리 인하를 포함한 일련의 대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G7 국가들은 주기적으로 경제에 개입해 왔으며, 2000년에는 유로화의 약세를 막고 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이번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주도로 독일이 경제 부양책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은 G7 국가들의 경제정책 연합을 달가워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이라크전을 둘러싼 독일ㆍ프랑스와 미국ㆍ영국의 갈등이 G7 전체 경제정책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회의는 당초 1월 31일과 이 달 1일로 예정됐으나 의회의 인준청문회를 앞둔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을 참석시키기 위해 연기됐다.
김상철기자
<미주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