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중銀 자금사정 급속호전 '희색'

작년말 쏟아낸 고금리상품에 돈 대거몰려<br>지난달 4개銀 정기예금 16兆이상 유입<br>은행채 발행금리 하락 자금조달費도 줄어



1월초까지만 해도 자금이 모잘라 전전긍긍하던 은행들이 급속히 호전되는 자금사정과 이에따른 조달비용 하락으로 희색이 만면하다. 지난 1월 한달여간 국민 우리 등 4개 시중은행에 유입된 정기예금이 16조원을 훌쩍 넘어 지난해 전체 증가액의 70% 가량이 몰렸다. 이처럼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지난해 6%대가 넘어야 발행할 수 있었던 은행채 금리를 5%대 초반에 발행할 수 있게되는 등 자금조달 비용도 빠르게 나아지고있다. ◇자금사정 급속호전돼=은행으로의 시중자금 ‘회귀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월29일 현재 205조9,57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6조2,26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전체 증가액이 22조8,480억원임을 감안하면 한 달도 안돼 지난해 증가액의 70% 가량이 모인 셈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5조8,012억원이 늘어나 지난해 전체 증가액 4조6,721억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다음으로 신한은행이 5조8,431억원 증가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3조1,368억원, 2조224억원이 증가했다. 이처럼 정기예금에 대규모 자금들이 몰린 것은 최근 증시불안과 함께 ‘자금가뭄’으로 고민하던 은행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고금리 정기예금을 쏟아내면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대거 쏠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12월 한 달 동안 ‘6%대 이상의 정기예금 비중’을 조사한 결과 48.4%로, 한 달전의 20.7%에 비해 48.4%로 크게 상승했다. 6%대 상품은 지난 2006년 12월 말 0.1%에 불과하다가 불과 1년 사이에 전체 정기예금 상품의 50%대를 차지하게 됐다. ◇조달비용도 갈수록 줄어=자금에 여유가 생긴 은행들이 은행채 및 CD(양도성예금증서) 발행을 줄이자 올들어 은행채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고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은행채 금리가 0.8%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1년 만기 은행채를 연 6.16%의 조건으로 발행했지만 최근에는 발행 금리가 5.35%까지 하락했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189일 만기 은행채를 1,100억원이나 발행했는데 채권수요가 너무 폭주해 금새 동이 났다. 하나은행도 지난주말 1년짜리 금융채 500억원을 5.4%에 발행했고, 산업은행은 6개월만기 산금채 1,000억원을 5.28%에 발행했다. 국민은행의 은행채 발행금리도 5.4%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전반적인 자금난으로 6.0% 이상을 제시해가며 은행채를 발행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며 “은행채 발행회수와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가 2%포인트나 벌어지면서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시중금리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중은행들의 자금부족 현상이 해소되고 있는 데다 은행채 발행물량도 줄어 발행금리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채 발행금리가 떨어지면서 국고채와의 금리차이(스프레드)도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말 1년만기 국고채와 은행채의 스프레드는 0.43%포인트였지만 최근에는 0.27%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예금금리 ‘왕창’ 내리고… 대출금리는 ‘찔끔’
국민등 대출금리 인하폭 예금금리 절반에도 못미쳐
자금사정이 좋아지자 은행이 재빠르게 정기예금 금리는 인하하면서 대출금리 인하는 미적미적대고 있다. 올들어 전체 대출규모도 줄어들고있어 가계가 기업 등 은행 고객들은 돈 자체를 빌리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달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를 연 5.6%로 조정했다. 지난달 최고 연 6.5%를 제공한 것에 비해 0.90%포인트나 인하했다. 올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최고 연 6.5%를 제공했던 SC제일은행 역시 지난달28일부터 최고 연 6.0%로 0.50%포인트 낮췄다. 농협도 지난 달까지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최고 연 6.40% 적용했지만 이달부터 최고 연 5.75%로 0.65%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연초에 최고 연 6.7%의 금리를 제공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을 판매했지만 지난 달 24일 최고 금리를 연 6.0%로 낮췄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정기예금 금리 인하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찔끔찔끔 인하하고있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16~7.76%로 지난 주에 비해 0.29%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6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 중순에 비해서는 0.39%포인트 떨어졌다. SC제일은행은 오히려 이번 주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6.90~8.00% 적용하며 지난주 초에 비해 최저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다. 농협도 이번 주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6.37~7.80%로 조정해 3주간 최고 금리를 0.49%포인트 낮췄지만 정기예금의 금리 인하 폭에는 못 미쳤다. 신한은행은 이번 주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52~7.92%로 연중 최고 수준에 비해 0.37%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쳤다. 올들어 대출규모도 소폭 증가세에 그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은행도 있다. 신용리스크가 강화되는 바젤2가 시행되고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실제 4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5조4,839억원으로 소폭 증가세에 그치고 있다. 하나은행은 아예 2,607억원이 감소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를 고려하면 금리가 5% 밑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정기예금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투자심리가 안정세를 보이면 또다시 자금이 이탈할 수 있고 금융시장의 불안감과 바젤2 시행으로 인한 신용리스크 강화 등을 고려할 때 대출확대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자금사정이 안좋을때는 대규모 CD 발행으로 대출 금리 급등을 주도하던 은행들이 상황이 바뀌었다고 예금 금리 인하에만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대출은 외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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