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2월 22일] <1626> EC호 출항


1784년 2월22일, 기록적인 한파로 곳곳에 얼음이 쌓인 뉴욕항. 360톤짜리 쾌속범선 한 척이 항구를 빠져나갔다. 범선의 목적지는 중국. 영국의 그늘에서 벗어난 신생국 미국이 동양과 무역로를 트기 위한 첫 시도였다. 날씨가 풀릴 때까지 출발을 연기하자는 의견에도 출항을 강행한 데는 워싱턴 대통령의 생일(2월22일)에 맞추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국가적 관심 속에 출항했지만 이 범선은 철저한 벤처캐피털. 미국 독립전쟁에서 재무관을 맡았던 당대의 부호 로버트 모리스 등이 12만달러의 자금을 모아 독립전쟁에 사용할 목적으로 건조한 범선 '앤젤릭(Angelic)'을 사들인 후 '중국황후(Empress of China)호'로 이름을 바꿔 바다로 내보냈다. EC호는 대서양과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과 태평양을 건너는 험난한 항해에서도 출항 6개월 만에 마카오와 광둥성 황포에 도착, 스페인 은괴와 미국산 야생 인삼, 모피를 팔았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이 중국에 진출(1821년)하기 37년 전부터 시작된 미국산 인삼의 중국 반입은 고려인삼의 가격을 크게 떨어뜨릴 만큼 막대한 분량이었다고 전해진다. 중국산 차와 도자기, 자개장과 담뱃대 등을 사서 이듬해 5월 뉴욕항으로 돌아온 EC호는 3만727달러의 순수익(수익률 25.6%)을 거뒀다. 최초의 대중교역에서 성공했다는 소식에 미국인들은 앞다퉈 중국을 찾았다. EC호 출항은 미중 교역의 출발점이었을 뿐 아니라 역사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미국인들은 영국 상인의 뒤를 따라 아편을 팔아 아편전쟁 발발과 중국의 몰락을 부추겼다. 중국과 무역이 늘어날수록 무역선과 고래잡이 어선의 중간 기착지의 필요성도 높아져 미국은 일본을 개항시켰다. EC호는 미국과 동아시아 관계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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