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신흥국 등급은 지속적으로 상승, 투자자금의 물줄기를 바꾸며 전세계 국채투자 지형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디스ㆍ피치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3대 신평사로부터 AAA등급을 받는 국채 규모가 2007년 10조9,000억달러에서 현재 4조달러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2011년 8월 S&P로부터 트리플A 등급을 박탈당한데다 영국과 프랑스가 재정악화로 최고 등급을 잃게 되면서 트리플A 등급을 보유한 9개국, 이른바 '9-A클럽'에서 제외되는 등 구미권 선진국들의 등급하락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체 국채 물량에서 AAA등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평균 40% 이상에서 현재 30%를 갓 넘는 규모로 축소됐다.
FT는 "선진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불가능하다는 가정은 이제 사라졌다"며 "금융위기의 피해가 구미권에 몰리며 선진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등 투자지형 및 세계 신용등급 지도가 다시 작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구미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신흥시장을 정조준했다. 구미권이 등급 하락세를 이어가는 동안 중남미와 아시아 신흥국가들은 등급 상승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2007년 1월 이후 신용등급이 가장 크게 오른 국가는 우루과이ㆍ볼리비아ㆍ브라질ㆍ인도네시아 등이었고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그리스ㆍ키프로스ㆍ스페인ㆍ포르투갈 등 유럽연합(EU) 국가였다.
AAA급 국채가 감소해 BBB등급 등 기타자산의 투자가 늘어난 점도 투자지형 변화를 부추겼다. 추가적인 구미권 등급하락시 '담보부족'을 우려한 중앙은행들이 '안전자산'의 정의를 다시 쓰며 신흥국 투자비중 자체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 2007년 5% 미만이었던 BBB등급 국채발행 물량은 현재 15% 이상으로 확대됐고 같은 기간 BBB등급 국채투자 역시 꾸준히 늘었다.
FT는 "이 같은 투자지형의 변화는 '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앞으로 어디에서 이뤄질지를 보여준다"며 "선진경제를 강타한 위기로 한때 '고위험-고수익'시장이었던 신흥시장이 지금은 주류시장이 됐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