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방가? 방가!'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소재로 만든 착한 코미디


동남아 이주 노동자를 소재로 만든 영화라고 하면 보고 싶다기보다는 불편한 느낌이 먼저 들 수 있다. 부당한 저임금과 폭력에 시달리는 그들의 실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건만 우리나라 사람의 일이 아닌‘남의 일’인만큼 눈 감고 모른 체 해왔기 때문이다. 보고 싶지 않은 ‘치부’같은 동남아 노동자들의 소재를 정면으로 가져온 영화 ‘방가?방가!’도 이런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부담감 대신 웃음이 남는다.“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뺏지 말랬다”는 주인공의 말처럼 얄팍한 동정심보다는 따뜻한 시선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다. 영화는 취업에 백전백패(百戰百敗)해온 청년 백수가 이국적(?)인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동남아 인으로 위장 취업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소 무리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동남아 사람이라고 해도 무리 없어 보이는 외모와 말투를 구사하는 김인권의 연기가 설득력을 주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김정태 등의 조연 연기가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의자 공장에서 일하는 동남아 노동자들의 모습은 기자 출신 감독의 취재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동남아 사람들을 바보처럼 취급하는 어린 학생들, 보증금조로 월급의 일부를 떼였지만 불법 체류자가 대부분이라 강제 출국되는 바람에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장면 등 그들이 안고 있는 삶의 고충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한국인들의 몰지각한 행태에 심각한 훈계를 주기보다는 경쾌하게 풀어낸 덕분에 영화 관객들은 웃으면서 가슴 한구석에 찔리는 느낌을 받는다. “심각한 사회 영화가 아니라 엄밀히 코미디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웃음을 주는 기능에 최대한 충실했다. 한국 욕설에 대해 강의를 펼치는 김인권의 모습이나 가요 ‘찬찬찬’의 가사를 설명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김정태의 애드리브는 영화에서 가장 큰 웃음을 주는 동시에 기억에 남을 장면이기도 하다. 순 제작비가 10억원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 치고 때깔도 나쁘지 않다. 늘 조연만 맡던 김인권이 실력을 십분 발휘했고 조연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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