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7월 8일] 십자가 짊어질 사람이 없다

지난 2006년 말 노무현 정부는 ‘지금 집 사면 반드시 후회한다’며 겁을 줬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대국민 경고 메시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정부 말만 믿고 있다가 부동산 구입 시기를 놓쳤다며 정부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겠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더 높았던 게 사실이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의 실패로 정부는 이미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시장은 당시 노무현 정부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초부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부동산시장은 갈수록 상황이 어둡다. 실제 강남을 포함한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은 2년째 비실비실하다. 그 좋다는 강남에서도 신규 분양 아파트의 계약해지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이미 거래는 실종된 상태로 좀더 큰 집으로 옮기고 싶어도, 새집을 분양 받아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180여개의 건설사가 하루 한 개꼴로 쓰러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증가한 수치다. 그나마 대형 건설업체들은 형편이 낫다. 문제는 중견 건설업체들이다. 진짜 죽을 맛이라고 한다. 대형 건설업체와 달리 주택 부문의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업체들은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바로 회사의 운명과 직결된다. 국내 상위 건설업체의 한 간부는 최근 사석에서 “그래도 대형 건설업체들은 국내 시장이 안 좋으면 해외에서 커버할 수 있지만 주택사업만 하는 중견 업체들은 죽을 맛일 거”라며 고양이 쥐 생각하듯 말했다. 이명박(MB) 대통령은 정권 출범 이후 잇따른 실정에 대한 원인으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소통은 커뮤니케이션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통은 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막히면 탈이 나는 게 세상 이치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건설부동산 업계는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속에 흐르는 피는 심장에서 출발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기까지 부위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략 1~2분 정도가 걸린다. 고지혈증에다 혈관에 기름이 껴 좁아져 있다면 피는 제 속도대로 돌지 못하고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이게 바로 심근경색ㆍ뇌졸중 등 치명적인 상태를 초래한다. 작금의 부동산시장은 동맥경화나 뇌졸중이 우려되는 환자의 모습과 똑같다. 미분양 물량이 공식적으로는 13만가구, 비공식 통계까지 합치면 25만가구가 넘는 상황에서 50조~60조원 이상의 돈이 묶여 있다 게다가 기존 주택들마저 거래가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동산시장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상황을 놓고 바라보는 정부와 시장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 다행히 정치권에서는 최근 부동산 관련 인사들을 직접 만나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다닌다고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 우리의 부동산 정책이 딱 그 꼴이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집값 상승이 부담스러워 섣불리 규제 완화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경우 부동산 값이 또다시 과거처럼 널뛰듯 난리를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총대를 메겠다는 사람이 없다 것이다. 비단 부동산 정책뿐 아니라 벌써 두 달째 벌어지고 잇는 촛불시위 사태에 대해서도 누구 하나 대통령을 위해 방패막이가 되겠다고 나서는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은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는 주군을 위해 총알받이가 되는 충신들이 있었기에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MB 정부에서는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정책은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물쭈물하다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늦기 전에 누군가가 나서 시장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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