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일銀, 한보 부실대출 경영진 손배책임"

大法, 국내 첫 주주대표소송 소액주주 손들어줘 주식회사의 경영권 남용을 막기 위한 국내 첫 주주대표 소송에서 대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93년 제일은행의 한보그룹에 대한 불법 대출과 관련, 당시 대출을 승인한 제일은행 경영진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종 결재권을 가진 임원들이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소홀히 해 발생한 경영상의 문제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은 첫 판례로서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액주주들의 '주주대표소송'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조무제 대법관)는 24일 제일은행이 한보 특혜비리로 손해를 봤다며 이철수ㆍ신광식 전 행장 등 제일은행 옛 임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 전 행장 등 피고들은 제일은행에 10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은행 이사는 예금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금융시장 안정 및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등 영리만을 목적으로 한 주식회사의 이사와는 달리 공공적 성격에 맞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피고들이 93년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한보철강에 장기간 거액을 대출한 것은 경영진이 갖춰야 할 선관주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은행의 소액주주 56명은 97년 6월 "제일은행의 대표이사 및 이사들이 93년 당시 사내 대출심사 기준상 대출이 불가능한 E등급을 받은 한보그룹에 대출을 허용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집단 주주소송을 제기, 1심에서 승소했으며 2심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제일은행 매각으로 소각됨에 따라 은행측이 원고공동소송참가인으로 참가해 승소했다. 한편 지난해 12월27일 수원지법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들이 낸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삼성전자 이사들은 부실기업 인수 등 잘못된 정책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90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 이번 제일은행의 대법원 판결이 앞으로 진행될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항고심(2심)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주주대표소송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회사 이익을 해친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는 견제장치로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배상금이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아닌 회사로 귀속되는 공익적인 성격의 소송이다. 한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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