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혁안은 한국 금융시장이 자본시장 활성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조치였다. 특히 검사시 징구하던 확인서와 문답서를 폐지하고 검사반장 명의의 '검사의견서' 교부로 대신한 것은 업계의 오랜 바람이었다. 현행 150일로 돼 있는 검사기간을 건전성 검사는 60일 이내, 준법성 검사는 90일 이내로 대폭 축소한 것 또한 평가할 만하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강압적인 검사를 받지 않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진작 명문화 했어야 했다.
다만 지금처럼 정치금융이 활개치는 한국에서 이런 개혁들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겠냐는 의문은 남는다. 아무리 검사 시스템을 개선하고 금융인의 권익을 보장한들 정치와 금융의 '갑을(甲乙)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무슨 소용이 있겠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날 "금융개혁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시스템으로 안착시키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라고 강조했지만 아직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금융과 정치의 결별 없이는 어떤 개혁도 헛바퀴를 돌 뿐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의 비호 아래 연명해온 경남기업의 부실화로 금융권 등이 떠안을 손실이 무려 1조1,0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만 봐도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 더욱 무서운 것은 어쩌면 지금도 더 큰 부실이 권력의 입김으로 금융권 요직을 꿰찬 인사들에 의해 양산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금융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정치권력의 금융권 인사·경영 개입을 차단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