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정체 속 불균형이 심화되고 가계의 지갑은 닫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3ㆍ4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요약한 것이다.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비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전국가구의 소득분배도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소득에서 세금ㆍ조세ㆍ사회보험 등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소득과 소비증대를 유도할 정책대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소득ㆍ소비 정체 속 늘어나는 공적부담=지난 3ㆍ4분기 2인 이상 전국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05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3ㆍ4분기(2.1%)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소비자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1.1% 증가에 불과하다. 소비지출 여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은 2.4% 증가, 지난해 2ㆍ4분기(1.0%) 이후 가장 낮았다.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2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 전국가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3ㆍ4분기(3.0%)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전국가구의 3ㆍ4분기 월평균 소비지출은 206만4,000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1.8%가 줄어 감소세를 기록했다. 소비 항목별로는 추석이 올해는 4ㆍ4분기에 잡혀 있는 영향까지 겹쳐 식료품(54만2,000원)이 3.0% 줄고 교양오락(-3.3%) 등도 감소세를 기록했다. 소득ㆍ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가구가 납부하는 세금ㆍ국민연금ㆍ건강보험료 등은 급증했다. 특히 소득세와 재산세 과표 인상 등으로 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세부 내용을 보면 3ㆍ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50만8,0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나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조세가 9.7% 증가했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8.1%, 사회보험이 11.4% 각각 늘어났다. 전국가구의 비소비지출도 43만4,000원으로 11.9% 증가했다. 조세가 12% 증가했고 공적연금과 사회보험이 각각 8.4%, 9.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득 분배도 악화되고 있다.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분배 상황은 다소 개선됐지만 전국가구의 소득분배는 3ㆍ4분기 기준으로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 전국가구의 경우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인 1분위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7.79로 지난해 동기보다 0.51포인트 상승했다. ◇저축 줄인 소비 끝나나=2005년 기준으로 가계 저축률은 3.9%다. 이는 일본(6.3%), 프랑스(11.1%)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봤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소득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민간소비가 지난해 이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일종의 과소비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 3ㆍ4분기 경제전망에서 이 같은 과소비 현상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비소비지출이 커지면서 가계에 쓸 돈이 별로 남지 않았다. 3ㆍ4분기 중 도시근로자가구의 처분가능소득(총소득에서 세금·사회보험 등 제외)은 1.8%, 전국가구는 2.4% 늘어나는 데 그쳐 총소득 증가율이 각각 3.4% 및 3.7%를 밑돌았다.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은 줄어든 셈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소득인데 올해 3ㆍ4분기 국내총소득(GDI)이 전 분기 대비 오히려 0.2% 감소하는 등 소득이 늘지 않으니 소비가 위축된다”면서 “특히 미래소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거비 등 고정비 외에 소비를 줄이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소비지출 증가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이는 결국 소비지출의 둔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가계 소득 증가를 위해서는 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급선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