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3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에 앞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스페인은 긴급 재정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ECB가 위기 국가의 국채를 매입해 자금조달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하고 있어 유로본드(유로존 공동 발행 채권) 도입과 같은 장기대책을 논의할 정도로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6.204%까지 올라 디폴트 마지노선인 7%를 또다시 위협했다.
현재 ECB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먼저 스페인 등 위기 국가의 국채 매입이다. ECB는 유럽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010년 5월 이후 남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약 2,200억유로의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끌어내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최근 10주 동안에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았다.
두 번째 카드는 역내 은행에 공급하는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이다. ECB는 지난해 말부터 올 2월에 걸쳐 초저금리로 1조유로를 쏟아부어 시장을 안정시켰던 경험이 있다.
마지막 대책은 현재 1%로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또다시 낮추는 방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유로존 기준금리를 0.5%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독일의 반대가 워낙 완강해 이러한 대책이 수용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이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