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언제 얼마나 올리나" 관심

20일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ㆍ연준리) 의장의 ‘디플레 이션 종식’ 발언은 그동안 시장에 무성하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미 통화당국이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경기침체 탈출을 위해 미국이 지난 2001년 초부터 3년 넘게 지속해온 통화팽창정책을 끝 내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통화긴축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달러화가 유로화 등 에 대해 초강세로 돌아서고 미국에 이어 일본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는 등세계 금융시장이 이른바 ‘그린스펀 효과(Greenspan effect)’에 휘말리고 있다. 사실 지난 수년간의 저금리정책과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맞 물리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ㆍ4분기 4.1%(연율기준)나 뛰는 등 주요 지표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초부터 미국이 긴축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돼왔다. 그래서 소비 등 지표호전 소식이 나올 때마다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린스펀 의장은 고용불안을 이유로 ‘디플레’ 위험이 남아 있다며 시장을 안정시켜왔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핵심인 신규고용 인원과 물가 등이 3월부터 본격적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은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왔고결국 그린스펀도 이 같은 변화를 인정했다. 고용호전과 물가상승을 거론하 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그의 표현대로 확실한 경기상승을 확인 하기 위한 ‘인내의(patient)’ 시기가 끝나고 물가억제를 위한 행동의 시 기로 돌아설 것임을 시장에 명백히 알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유럽과 일본ㆍ중국 등 주요국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그 충격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리인하 전망으 로 약세를 보이던 유로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급락했고 일본 주식시장도 미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 및 수출둔화로 수출 관련주가 급락했다. 중국은 경기과열 우려감과 맞물리며 7년물 국채 수익률이 4.76%로 급등, 99년 이후처음으로 미 국채 수익률을 앞질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미국이 금리를 언제, 어떤 속도로 높일 것인지에 쏠리 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음달 4일 열리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서 중립기조 탈피를 선언해 금리인상에 대한 분위기를 만든 다음 차기회의 인 6월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디플레 종식을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인플레 우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와 폭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린스펀은 이날 물 가상승의 결정적 요인인 임금상승률이 저조하고 기업생산성이 높아 당장은 인플레 위협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경기진행상황을 봐가며 8월 회의에서 현재 1%인 금리를 0.25%포 인트 올리지 않겠냐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후 금리인상 폭도 뚜렷한경기과열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한 94년의 연쇄 금리인상과 달리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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